격동의 한주를 또 떠나보낸다. 전쟁터 같은 일상이었다. 업무는 늘 바쁘고 컨디션은 내내 말썽이었다. 매일 진통제, 감기약, 비염약 등 여러 알약들을 식도로 쏟아부었고, 밤에는 저녁밥을 먹은 후 곧잘 잠에 드는 날이 많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금요일이다. 지난 한 주가 너무 순식간이었던 것 같아 순간 피식 웃음이 난다. 힘든 일주일이 또 이렇게 떠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내뱉는 후련함이 섞인 자조적 웃음이다. ‘잘 가라~ 다신 보지 말자!’라고 후련하게 독백을 내뱉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지난 일주일에게 보내는 나의 독백 한 구절이다.
28살의 반절쯤에 다 닿은 요즘,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또 다른 사춘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춘기는 그래도 긍정적인 사춘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춘기란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라는 의미에서의 사춘기이다. 요즘 나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사실 한 가지는 ‘삶은 정해진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갈 수 있다’라는 깨달음이다.
그렇다. 나는 이제 힘든 한주를 보내고도 웃음으로 한주를 잘 보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나 자신에게 큰 실망을 하지 않는다. 나는 고쳐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좀 잘못했어도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사에서 복잡한 업무가 있어 짜증이 난 상태에서 이주일 남짓 근무한 신입 직원에게 살짝 퉁명스럽게 군 일이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났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되면 안 되는데… 왜 그 순간 그걸 못 참았을까!’ 이런저런 후회들로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지만 다음부터 좀 더 잘하기로 한다.
사실만 놓고 보면 나에게 주어진 지난 한주의 시간은 힘든 시간이었다. 몸이 좋지 않아서 힘들었고, 오늘도 짜증 나는 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화가 났고 예민해진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 기분을 드러내버렸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의 나열이 길어지다 보면 언젠가 내 인생의 끝은 그저 아프고 예민한 사람으로 끝나버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주어진대로만 살다 보면 그저 사실들을 나열하는 삶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계속 삶을 빚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빚어가고 싶은 삶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작은 일에 무너지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우리 가족을 친구들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매일매일 엄마가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아이들에게 예쁜 말을 편지로 남겨주고 싶다. 지친 사람이 기대 쉴 수 있는 친구이자 선배, 동료가 되고 싶다. 그리고 즐거운 순간을 많이 나누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심으로 벼락부자가 되는 것보다 이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삶을 빚어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 사는 동안 알 수 없겠지만, 아직 내일이 있으니 오늘의 부족함에 대해 크게 실망하지 않기로 한다. 그저 조금의 움직임이었더라도 언젠가 내가 원하는 형상으로 빚어질 그날이 있음을 믿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