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비대면의 시대를 보다 급작스럽게 맞이하게 되었다. 이 상황이 무려 3년이란 긴 세월동안 지속될지도 모른 채 말이다. 대학강의 비대면화에 대한 불만으로 시끄럽던 학교 커뮤니티는 어느 새, 코로나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 대면수업이 말이 되느냐하는 이슈로 뜨거워졌다. 재택근무의 현실성에 대한 뉴스로 떠들썩했던 회사는 어느 새, 어떻게 재택근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늘 그럴 듯, 빠르게 현실에 익숙해져갔다. 오늘의 대면의 상실이 불러온 무언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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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9
대면의 상실에 대하여
대면(對面) :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함.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는 것은 비단, 시각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화상회의을 통해서도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이를 대면회의라 지칭하지는 않는다. 대면의 과정에서 우린, 상대의 숨결이나 눈빛의 떨림을 느낄 수 있고, 가벼운 스킨십도 할 수 있다. 가끔은 그 사람의 비언어적 액션을 통해, 상대방의 기분이나 의중을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그 사이에 화면이 끼는 순간, 대부분의 것들은 흐릿해져 버린다. 우리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잃게 되는 것이다.
나는 코로나 시국에 첫 인턴을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회사는 여러 번 이직하였지만 일하는 곳은 언제나 집이었다. 혹자는 자기계발도 하면서 인턴십까지 할 수 있으니 좋겠다고들 하지만, 나는 굳이 꼽자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에 더 자신이 있는 나의 특성 상,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난감함이었다.
단순한 질문을 할 때도 눈짓,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자연스레 사용하던 나에게 100% 언어적 표현만으로 어려운 부탁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 것은 미션에 가까웠다. 특히나 회사라는 수직적 구조에서 인턴이라는 말단 포지션에게는 더욱 말이다.
하여 내가 찾아낸 궁여지책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이모티콘(GIF)의 적극적 활용. '내가 지금 이런 표정, 이런 텐션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를 어필하기 위해, 귀여운 이모티콘과 특수문자를 자주 사용하였다. (이는 막내이고 인턴이기에 가능했던 방법이었지 싶다.) 둘째는, 영상통화(줌미팅). 궁금한 거나 공유해드리고 싶은 의견이 있으면, 모아두었다가 줌미팅을 요청하였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였으나, 어차피 팀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줌미팅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내가 집에서도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기 좋다는 것 때문에 자주 사용했던 방법이다.
아무튼 이러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사람과의 만남에 기꺼운 나의 특성 상, 비대면 시국은 천천히 메말라는 시간이었다. 나는 6개월을 팀에서 근무했지만, 근무가 끝나갈 무렵까지도 누군가와는 마치 첫만남처럼 어색히 인사하였고, 사옥은 방문할 때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고는 했다. 회식과 해외 로케이션 촬영은 모두 취소되었고, 우연한 만남에도 우리는 머릿 수를 세고 있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은 '건강' 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 보이지 않는 '감정', 때로는 '모험'까지 함께 앗아가 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