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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넷 Linette May 21. 2022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실패를 합리화하지 말아라

 어쩌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그렇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취직이 바늘구멍 뚫기가 된 현재, 지방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취업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다. 지원할 수 있는 회사의 폭도, 이를 위한 스펙을 쌓을 인프라도 훨씬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방대' 출신이라는 것이 '대기업'을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되는가.



CHAPTER 6.

당신의 실패를 합리화하지 말아라


 새내기 시절, 내가 대기업 마케팅팀을 꿈도 꾸지 않았던 것은 선배들의 영향이 컸다. 1학년 때부터 '야, 중견기업만 가도 우리 학교에서는 잘 가는 거야.'라던가, '너 OO 정도도 가기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얘가 현실을 모르네.'와 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으며 지내왔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서울권 대기업을 당연히 갈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막연히 술자리에서 대기업에 대한 환상을 한번씩 꺼내놓을 때면, 나를 향해 코웃음 치던 그 표정들을 선명히도 기억한다. 은연 중의 무시들은 내 자존감을 서서히 깎아내리기 충분하였고, 이 대학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내 인생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들었다. 아무튼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점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갔고, 그 우물 밖으로 꺼내 주신 분들은 다름 아닌 이미 대기업에 다니고 있던, 나의 사회 멘토들이었다. 막상 세상 밖에 나가보니, 그 누구도 내 학벌을 발목잡지 않았고, 오히려 나 혼자만이 지레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학벌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이 너무 약해서 걱정이 되어요...'

'학벌? 그런 거 크게 상관없는데.'

'그러면 대체 뭘 봐요? 어학?'

'아니요, 그냥 '직무 적합성'이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그럼 학벌 때문에 떨어지는 사람들은 뭐예요?'

'그건 그 사람들 핑계예요. 떨어진 걸 인정하기 어려우니까 하는 말이죠. 적어도 저희 회사는 그런 걸로 사람 안 나눠요. 애초에 면접관들이 학교 알 방법도 없고요.'


 SKT 채용 에디터 시절, 멘토님과 나누었던 대화이다. 여기서 방점은 '핑계'이다. 핑계.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탈락에 대한 방패로 학벌을 사용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혹은 그래, 나는 다른 점은 부족하지 않지만 '학벌' 그것 때문에 떨어진 거야 라며 스스로를 가스 라이팅 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합리화라는 현상을 매우 경계한다. 예를 들어, 어떠한 면접에 떨어지게 되었을 때, 그 이유를 '사람 보는 눈 없는 회사'에 책임전가 한다던가, 실패의 경험을 잊고 잠이나 청하는 것 따위 말이다. 분명 나에게도 일정 부분 있을 일련의 이유를 계속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시리도록 뼈아프다. 가끔은 자괴감까지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 없는 성장은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실패에 핑계를 대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여야 한다. 해당 행위가 반복되다 보면, 모든 원인을 '나'라는 사람 밖에서 찾게 될 것이고, 사회와 동떨어지는 '억울한 나 자신'을 만들어 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아를 만드는 것이 아주 잠시의 괴로움을 잊는 것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상의 어떠한 발전도 파생시키지 못한다. 확실한 건, 실패를 건강히 겪어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다. 

 한 가지 예시를 더 들어보자. 나는 영어를 못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는 단 한 번도 내 발목을 잡지 않았다. 어쩌면 과거의 나는 '어학'이라 핑계를 대고 싶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실패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미래의 내가 부끄럽지 않게, 소위 말하는 밑밥을 깔아놓고 안전하게 착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무엇하나. 구렁텅이에 떨어진 것은 매한가지다. 그곳에서 빠져나가려면, 적어도 내가 어떻게 빠졌는지, 어디로 빠졌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되지 않겠나. 학벌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이 내가 빠져나갈 수 없는 부분이라면, 죽치고 앉아서 묻힐 날을 기다리기 보다는 다른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혹시 아는가. 바로 옆에 동앗줄이 있음에도, 편협한 시각 속에 갇혀 못 보고 있는 것일지.


 어쨌든 서울에 올라온 이후, 나의 가치관은 많이 변화하였다. 누가 뭐라 하든, 원하는 기업에 지원하였고, 그렇게 판교 테크노벨리에도 자연스레 입성하였다. 어쩌면 실패했을 수도 있다. 당신은 이미 성공하였기에, 속 편한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에도 말했듯이, 이 바닥은 '확률 싸움'이다. 확률 싸움에서 이기는 필승법은 아주 간단하다. 전체 모수를 키우면 된다. 그러니 스스로를 한계 짓고 도전해볼 기회 자체를 자신에게서 빼앗는 짓 따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꼭 한 번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이니 양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불편함 조차, 어쩌면 내 안에서의 건강한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긍정적 신호가 아닐까?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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