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intern) : 회사나 기관 따위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훈련을 받는 사람. 또는 그 과정.
즉, 인턴은 전문가가 아니라 훈련을 받고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턴 시장은 포화 그 자체. 바늘구멍 뚫기가 되어가고 있다. 대기업 마케팅 인턴의 경우, N00 : 1 경쟁률은 우스운 수준이니 말이다. 대체 어째서 이런 비정상적인 취업 구조가 생겨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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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적 경험, 그게 뭐길래
요즘 취업 시장에서 스펙의 순위를 매길 때면, 1등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직무 관련 경험'이다. 해당 직무와 관련된 활동이나 업적, 대놓고 말하자면 '이미 이 일을 해본 사람' 정도가 되겠다. 신입 공채에서 직무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최근에는 인턴 공고에서 조차 이 직무 경험을 우대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직무적 경험이라는 것을 가장 잘 쌓을 수 있는 위치 역시, '인턴'이다. 인턴을 위해서는 인턴이 필요하다. 신입을 위해서도 인턴이 필요하다. 결국 모두가 인턴을 갈망할 수밖에 없고, 인턴 시장은 몰려드는 지원자들로 북새통을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이버 1784(좌)/그랜팩토리(우) 이미지
조금 더 분야를 나누어서 이야기해보자면, 최근 사기업 마케팅 직무에서 인턴은 필수에 가깝다. 뭐, 필수라는 조항은 없지만, 우대사항에 항상 언급되기도 하고, 학교, 어학, 자격증, 수상경력 등보다도 우선시해주는 스펙이라는 게 디폴트 룰인데 이것이 필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평균 경쟁률도 타 직무 대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지원할 수 있는 학과나 조건이 명확한 것도 아니라서, 대부분의 인문사회계열에서 다 유입이 되고는 한다. 심지어는 디자인이나 코딩을 전공한 분들도 면접에서 더러 보았다.
미래의 마케터들에게 이렇게 인턴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마케팅이라는 직무는 인사이트와 트렌드 감각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이 현직에서 일을 하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의 입장에서도, 관련 자격증이 몇 개 있다거나, 마케팅 관련 학과를 나왔다거나 하는 정량적인 부분보다는 어떤 회사에서 실제 마케팅 프로젝트를 집행해보았는가 하는 정성적 스펙이 더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바닥에서는 인턴 경험자를 우대한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회사 입장이라도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사례만 생각하더라도, 인턴을 하기 전의 대학생 리넷과, 현재의 리넷은 천지차이 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적 지식도 지식이지만, 현업에서 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었고, 보다 정제되고 깊이 있어질 수 있었다.
물론 이 시장구조가 100% 옳다는 것은 아니다. 공채보다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대학생들이 인턴이 되기 위해 매달리는 것이,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회의 벽에 이미 지쳐버리는 것이 절대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금전적 성공만을 성공으로 치부하는 사회 체계에서부터 시작된, 뿌리 깊은 문제일 것이다. 취준생, 학교, 기업 어느 한쪽에서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집에서 하라' 그러던가. 이 문장 만으로도 현 취업준비생들이 이 취업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명예와 돈,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다면 라이프쯤이야 살포시 즈려 밟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모두가 워라밸을 외치고 있지만, 이 또한 자기 방어일 뿐. 라이프가 붕괴되더라도, 워크를 온전히 자신의 목표치까지 충족하고 싶은 것이 지금 MZ세대의 솔직한 심리이다.
아마도 이 구조의 변화는 절대 쉬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 저 밑바닥에서부터 세상에 대한 시선을 뒤집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다. 다음에는 좀 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옥' 이야기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