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2
“건배”
이중사와 난 두 번째 술판을 벌이고 있다. 이중사의 초대로 이중사 집에서 술상이 차려졌다.
이중사는 3개월 후 제대를 한다.
“죄송합니다. 형수님. 이중사님이 꼭 가자고 해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오게 되었습니다”
“여보. 최소위님이셔. 이번에 오셨어. 내가 너무 좋다고 한 분인 거 알지?”
이중사는 아버지의 권유로 제대를 결정했고 3개월의 인수인계 기간이 주어졌다. 인수인계 당사자가 나였고 우리 둘은 내내 붙어 다녔다.
술잔이 오고 가고 둘은 거나하게 취했다. 가을밤의 시원한 바람이 취기를 누루고 있다.
“소대장님, 막사로 같이 가시죠”
“아뇨, 나 혼자 갈게요. 이중사님은 내일 아침에 들어오세요 “
“아닙니다. 같이 가세요”
이중사는 내가 혼자 가는 게 못 미더웠는지 고집을 부린다.
이중사는 나보다 2살이 많았다.
처음 대면한 날부터 호감 있게 다가왔다.
호리호리하지만 다부진 체격으로 오른팔이 오래전 사고로 인해 뒤틀어져 있다.
생활하는데 불편하진 않다는데 멀리서 보면 약간 비대칭으로 보인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웃을 때마다 보이는 하얀 이가 건강미가 넘쳐 보이게 한다.
둘은 시골택시를 타고 막사로 간다.
가을바람은 소주로 더워진 몸을 차갑게 식혀주고 있다.
차창문을 열고 달리는 기분이 최고다.
가뜩이나 보름달이 시골풍경을 반짝거리게 하는데 너무 아름다워 기분이 상승하는 듯하다.
“잠깐만요. 기사님. 잠깐 세워주세요”
이중사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그러더니 차문을 열고 냅다 뒤로 달리는 게 아닌가.
“뭡니까!!”
난 이중사를 따라 내리며 쫓아갔다.
50미터 정도를 뛰었을까.
이중사가 달빛 아래 서 있다.
그리고 그의 손엔 뭔가가 들려 있었다.
“뭐죠? 무슨 일입니까?”
더 가까이 다가가니 이중사는 닭 한 마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좀 전에 우리 앞에 달리는 차에서 뭔가 떨어졌어요. 근데 닭 같더라고요.”
앞에 가던 닭장차는 서지 않고 가는 바람에 이중사는 닭을 안고 택시에 올라탔다.
이중사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차를 타고 가던 그 짧은 순간에 그것도 야밤에 차에서 떨어지는 닭을 보고 차를 세우다니. 이게 짠밥인가?
이중사는 병사들하고도 원만하게 지냈다.
“어릴 적 하사 시절엔 좀 힘들었는데 지금은 훨씬 편하죠. 나이 많은 병사들이 하극상도 하고 막 그랬으니까요. 여기 있는 김병장이나 송상병 등등 모두 근무도 잘 서고 잘합니다. 제대하는 게 아쉽지만 소대장님이 맡아 주신다니 좋네요 ”
난 이중사가 만들어 놓은 조직을 나의 병사들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광주 출신, 마산 출신, 수원 출신, 인천 출신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아이들이 한 곳에 모였고 김병장과 운전병 전병장은 나와 나이도 같다.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거의 1년을 보내게 된다.
사건 사고는 덤으로 얻어지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군대는 지휘계통이 있고 계급이 있다.
사회의 연배나 서열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갈등이 있고 충돌이 늘 발생한다. 군대에 들어오며 난 나만의 철칙을 마음에 세웠다.
“군대에 있는 동안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겠다.”
“내 휘하에 있는 병사 누구도 구타와 폭력은 용납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라도 한가족의 귀중한 아들이며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그들의 가족품으로 되돌아 가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