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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by 창복

땡스기빙이었다.

11월 마지막 주의 목요일을 땡스기빙일로 정한다.

회사는 월, 화, 수요일을 기본적으로 페이드 휴일로 정하고 땡스기빙 주간으로 쉬게 한다.

물론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신청을 해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난 일부러 쉬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이메일에는 답장을 하고 몇몇 시뮬레이션을 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일’을 했지만 난 일부러 일을 하겠다고 신청하지 않았다.

이러는 편이 마음이 편해서였다.

1주일 내내 안개가 이 지역을 덮고 있다.

낮에는 낮은 구름이 되어 해를 가리고 밤에는 땅에 내려앉아 안개가 되었다.

다분히 이런 현상은 샌프란시스코의 해안가 일기와 비슷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음습한 날씨는 처음이다. 비가 내리려면 화악 내리던가 아님 안개가 걷히던가 했으면 좋겠다.

목요일, 즉 땡스기빙날 몬트레이와 페블비치를 여행했다. 나와 같은 많은 이방인들이 그들의 명절이 아닌 날에 모여들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해안가에 가깝게 차를 세울 수가 없었다.

어쩐 일인지 날씨는 화창하고 67도에 가까운 기온으로 일부 사람들은 반팔로 거리를 여행했다. 내가 사는 곳과 대략 12도 정도의 기온 차이가 나고 화창하기까지 하다니 ‘이곳에 반했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은퇴 후에 여기로 올까? “

와이프에게 물어봤다.

내가 사는 곳은 안개가 매일 자욱한데 ……

아직은 정하지 못하겠다. 정해진 수순은 없고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미준비 상태이니 생각만 한다.

아침저녁으로 호수를 한 바퀴씩 돌고 철봉에도 매달려 보고 뜀박질도 해본다. 이젠 나이 듦이 현실적으로 너무 가까이 느껴지고 있다.

은퇴라는 화두가 내년엔 어떤 모습으로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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