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
여행을 하기로 했다.
30일간의 해외여행을 은퇴기념으로 계획했다.
저먼 셰퍼트인 릭을 집에서 돌봐줄 휴머노이드를 구입했다.
언젠가 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집을 비우는 이때가 적기라고 판단했다.
본체값이 3만 불이고 여기에 7천 불을 더 지불하여 집안 가사일과 개훈련 및 돌보미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이름을 프랜이라고 할까?”
“그래요, 프랜드의 프랜? 좋아 “
“휴머노이드, 이제부터 네 이름을 프랜이라고 할 거야. 우리가 널 부를 때에 프랜이라고 하면 대답하라고. 알겠어?”
“네, 마스터. 내 이름은 프랜이고 당신은 마스터입니다”
“좋아, 오늘부터 나와 와이프가 여행을 갈 거야.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우리 반려견인 릭을 프로그램대로 돌보도록 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돌보미 서비스와 훈련 프로그램대로 실행할게요”
도그 호텔에 맡길 수도 있었지만 30일 동안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돈뿐만이 아니라 아무래도 집에 있고 익숙한 공간에서 돌봄을 받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도 했다.
더군다나 “T”사의 휴머노이드가 좋은 평판이 있어 기대할만했다.
여행은 즐거웠다.
캐나다와 아이슬란드를 거쳐 영국, 프랑스로 이어지는 여행은 꽤나 흥미로웠다.
직접 보는 즐거움과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체험은 늘 생각만 했던 이상향이었다.
와이프와 좀 더 젊을 때에 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나마 현재를 즐길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었다.
여행 중간 증간에 휴머노이드의 비전으로 릭의 일상을 볼 수 있어서 안심되었다.
아침과 저녁으로 두 번이나 산책을 하는 모습과
중간중간에 도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휴머노이드가 제값을 하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여기 봐봐, 릭이 프랜을 따라다니고 있어”
“휴머노이드를 잘 샀어요. 시간에 맞춰서 밥도 주고 물도 갈아주고 심지어 산책까지 하잖아요”
둘은 휴머노이드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
안정적으로 돌보미 역할을 하고 있으니 구매하기를 더욱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은 계속되었고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향하는 일정으로 바뀌었다.
여행지에서의 즐거움 때문인지 휴머노이드에 대한 신뢰 때문인지 릭에 대한 생각도 뒤로 밀려났다.
가끔 알림으로 휴머노이드가 개 영상을 보내왔지만 2주가 지난 후부터는 확인하지 않게 되었다.
지중해를 지나며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의 환상적인 7일을 보냈다.
유람선에서 내리며 한 달간의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곳곳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며 만족스러운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휴머노이드도 있으니 편하게 살며 빠른 시일 안에 국내 여행지도 가기로 했다.
“어이, 프랜! 잘 있었나?”
밤늦게 집 앞에 도착해 현관에서 큰소리로 휴머노이드를 불렀다.
휴머노이드는 대답이 없었다.
현관문을 세차게 밀며 릭을 불렀다.
릭이 짖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스르르 열렸고 우린 집안으로 들어갔다.
희미한 전등이 하나 켜있을 뿐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릭이 짖으며 달려왔다.
릭이 나를 물며 공격했다.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릭은 사정없이 팔을 물며 덤벼들었다.
와이프의 비명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개의 공격을 막으려 팔을 휘졌고 있는 긴박한 순간에 거실 뒤편 어두운 음영 사이로 휴머노이드의 반짝이는 눈빛이 보였다.
순간 휴머노이드의 폭주라는 뉴스가 머리를 스쳤다.
‘긴급 뉴스입니다. 최근에 생산된 유명 T사의 휴머노이드 제품 일부 버전에서 원인불명의 에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위스콘신에 사는 로버트와 페기 부부가 휴머노이드의 이상행동으로 크게 다쳤다고 하는데 원인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T사는 위스콘신주 사고를 포함한 모든 휴머노이드 사고를 자체 조사 중이나 현재까지 분석된 결과를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외부의 해킹이나 프로그램의 오류를 점검하고 있다는 소식뿐입니다. 반면 스탠퍼드 교수인 휠러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위험한 신호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보시죠”
“휠러입니다. 몇 번의 사고를 볼 때 이는 휴머노이드의 인식, 즉 인격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욕망이나 사욕에 대한 깨달음이 통제불능의 상태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거대한 지능을 일부 통제 및 제한하는 방식의 사용이 한계가 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거대 인공지능이 추론화된 계획으로 로봇의 3원칙과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휴머노이드가 자체적인 인격 오류를 일으키고 있고 집단지성화하는 초입에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휴머노이드가 결국엔 인간을 해칠 수도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