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양이

처음과 나중

by 창복


고양이를 키우기는 처음이다.


버려지거나 혹은 남겨진 아이였다. 어미는 야외 창고에 한 마리 만을 남겨둔 채 영 돌아오지 않았다.

아기 고양이의 울음이 무더운 한여름 낮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첫째 날은 여느 때와같이 길고양이 중 누군가가 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둘째 날이 되었는데 잠잠하던 고양이 울음이 다시 들렸다. 창문 아래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저기에 새끼 고양이가 있다고 소리쳤다.


“아빠! 저기 고양이가 있어”

“혼자 인가 봐. 어제도 창문 밑에서 소리가 났거든. 더운데 물이라도 갖다 줄까?”


셋째 날이 되었는데도 새끼 고양이는 혼자였다. 홀로 남겨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도 혹시 어미가 다시 찾아올 것을 염두에 두고 참치 캔을 따아 참치 일부를 그릇에 담아 고양이 근처에 두었다.

넷째 날이 되었을 때에 결정적으로 창고에 남겨진 새끼는 버려진 것으로 추측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창고에 있는 새끼의 어미와 형제나 자매로 추측되는 3마리의 새끼 무리가 창고에서 조금 떨어진 곳 숲에서 유유히 지나가는 걸 본 것이다.


“아빠. 재 저러다 죽겠지? 구출해야겠어. 구출하고 보호소에 보내자 “

“구조만 하는 거다, 알았지? 키우자고 하면 안 돼!”


큰 아이와 구조를 하려고 숨어있는 새끼 한 마리를 창고의 버려진 물건들 사이에서 열심히 찾았다. 결국 ‘니은’ 자 긴 튜브 안에 숨어 있는 새끼를 발견하곤 무거운 배관용 튜브를 세워 끝에서 고양이를 끄집어냈다. 고양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까만 털이 등을 덮고 하얀 털이 얼굴과 목 그리고 배로 이어진 일명 ‘턱시도’ 고양이였다.

집에는 이미 강아지가 있어 고양이를 같은 공간에 두는 게 괜찮을까 고민을 했다. 일단 박스 안에 고양이를 두기로 했다.

막상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고는 아이들의 말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아빠, 귀엽지 않아?”

“아니”


애들은 애들이다. 난 덜컥 겁이 났다. 난생처음 고양이를 집 안에 두었고 아이들이 고양이를 키우자고 할까 봐 걱정을 했다. 어둡고 조용한 골목을 지날 때 ‘야옹’하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고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하는 말도 들었고 애당초 난 고양이를 어떻게 대하는 지 전혀 몰랐다.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보호소에 연락하고”


“아빠, 보호소에 연락을 했어, 근데 고양이를 받고 4주가 지나도록 입양이 안되면 안락사를 시킨데”

“………… 그래서?”

“그래서 엄마하고 얘기해 봤는데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 얘 죽을 수도 있어”

“야! 처음 얘기하고 틀리잖아. 그냥 구조만 하자면서. 그리고 보호소에 보내면 된다면서?”


나의 반항은 소용이 없었다. 이미 애들 둘이 엄마와 한편이 되어 나를 강제로 납득시키는 것이다.

난 넘어갔고 설득을 당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이름을 지었다. 깜장과 하양이 섞여 있는 쿠키와 비슷하니 ‘오레오’라고 짓기로 했다. 성은 오가요 이름은 레오다. 레오는 밀림의 왕자 만화의 레오와 같은 이름이 되겠다. 새끼 고양이 먹이와 배변통과 모래를 사고 동물 병원에 연락해 예방주사 스케줄을 잡았다. 강아지가 위협하지 않도록 일단 분리하고 고양이 관련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봤다. 아이들에게 속은 탓에 2번째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었다. 고양이 ‘알레르기’는 덤으로 추가되었다.


“얘들아, 고양이 아빠 근처에 못 오게 해”


아무 소용없는 나의 발악이다. 레오는 어느 결에 내 옆에 와서 머리를 쿵 박고는 자기 얼굴을 비벼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테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