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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돌

군대 이야기 5

by 창복


“소대장님, 전화 왔습니다!“


다급하게 부른다. 정병장이다.


“무슨 일이냐?”

“1소대 김병장입니다. 소대장님을 바꿔달라고 합니다. 급하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이다. 다른 소대의 병사가 나를 찾는다니 이상한 일이다.


“어, 김병장, 무슨 일이지?”

“소대장님, 빨리 여기로 와 주세요. 저희 소대장님이 총을 들고 난리가 났습니다. 실탄도 장전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알았어. 기다려라. 아니 니 소대장 좀 바꿔 봐”


얼마의 시간이 가고 이소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소위, 무슨 일이냐? 뭔 일인지 몰라도 일 키우지 말고 잠깐 기다려. 내가 갈 테니까”


이소위는 흥분한 목소리로 알았다고 했다.

이소위는 나보다 2살이 어린데 임관 날짜가 자기가 빠르니 자기가 선배라고 우기던 동생 같은 친구다. 나보다 포대에 먼저 와 있었으니 우길 만도 하겠다. 전화를 먼저 걸었던 김병장은 지난겨울 동계훈련 때 착출되어 내 소대로 훈련을 받았었다.


취약대기시간임에도 사안이 심각하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포대에서 나 찾는 전화 오면 요 앞에 나가 있으니 나중에 전화한다고 하고 대충 둘러대라, 아무에게도 내가 1소대에 갔다는 말 하지 말고. 알았지!”


단단히 입단속을 시키고 황급히 진지를 빠져나왔다. 초봄의 밤 날씨가 스산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었을 거다. 1소대까지는 걸음으로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가는 동안 이소위가 사고를 치지 않기를 바라는 조바심이 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어둠이 옅게 내려앉아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거의 1소대에 다다랐을 때 초병이 암구호를 외친다.


“야, 2소대 소대장이다”


급한 마음에 암구호도 생략했다. 미리 말해둔 탓에 김병장이 먼저 나와 반긴다.


“소대장님, 우리 소대장님 좀 말려주세요. 우릴 쏴 죽인다고 막 총을 들고 그랬습니다.”

“그래 알았어, 근데 너희들 무슨 일 있는 거지?”


김병장은 억울하다는 듯 울먹였다. 옆에 있던 이병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들하고 너무 맞지 않습니다. 저희가 휴가와 외박 문제로 소대장님한테 뭐라고 했습니다.”


이들의 얘기는 이랬다. 형평성 있게 휴가나 외출, 외박을 나가야 하는데 몇몇이 순서가 밀리거나 순번이 잘못되었고 이 때문에 자기들이 다른 소대보다 손해를 보는 게 아니었냐는 문제제기였다는 것이다.

김병장과 이병장을 뒤로하고 이소위를 만나기 위해 소대장실로 갔다.


“이소위, 좀 괜찮아?”

“응, 어서 와 최소위”


이소위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나를 맞이했다. 이소위의 소대장실은 처음 와 본다. 작은 테이블 위에 물 주전자와 일인용 티컵이 가지런히 놓였고 모포가 깔린 야전 침대가 오른쪽 구석 조명 아래 배치되어 있다. M16 소총은 침대 모서리에 세워져 있고 탄창이 끼워져 있다. 야전 침대 아래쪽으로는 투박하게 만든 3단 책장이 놓여 있다. 변변히 앉을 만한 의자는 없었다.


“이야, 내 소대장실보다 훨씬 좋네, 더 넓고 깨끗해”


분위기를 바꾸려 말을 돌려 본다.


“최소위, 나 힘들어. 저것들이 말을 하면 듣질 않아”

“이소위, 그렇다고 탄창까지 끼우고 애들한테 그러진 말아야지.”


이소위는 김병장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병사들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엔 외출, 외박 문제로 시작해서 불평불만을 따지듯이 덤볐다고 한다.

김병장이 이소위보다 1살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1소대 병사들 간에 자기 소대장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서로의 불만들이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이소위와 거의 1시간을 얘기했다.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평상시 병사들과의 관계나 혹시 관리하기 힘든 병사가 있는지 등등 이소위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걸 물어보고 들었다. 결론은 해결가능할 거라는 희망이었다.


“내가 애들한테 잘 얘기할게, 이소위, 넌 포대장이나 누구에게라도 오늘 있었던 얘기는 하지 말고. 일이 커지면 너도 다칠 가능성이 있고 병사들도 다칠 거야. 어려운 일 있으면 내가 다시 올게”


이소위가 충분히 진정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경계병을 뺀 모든 병사들을 집합시켰다.


“너희들의 불만이 뭔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 소대장과 싸우겠다고 하는 건 옳지 않다. 잘못되었을 땐 너희들 모두가 하극상으로 벌을 받을 수도 있어.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알겠다. 너희도 오늘 있었던 일이 다른 소대나 포대본부 쪽을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입단속해라. 알았나! 그리고 너희들 외출, 외박 건에 대해서는 내가 더 알아보겠다. 김병장과 이병장은 남고 해산!!”


김병장과 이병장은 안도를 하는 눈치다. 혹여 이번 일이 커질까 봐 내심 걱정이 많은 듯했다.


“병장씩이나 돼가지고 니들 앞가림도 못하냐? 나이가 니들보다 어려도 니들 소대장이야. 제대할 때까지 좀만 참아. 니들 얼마 남지 않았잖아. 특히 애들 입단속시키는 거 명심하고. 니들도 잘못하면 다쳐.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소대장님”


돌아오는 길은 더 어두워졌지만 가로등의 불빛은 더욱 밝아 보였다. 봄바람이 아직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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