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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Aug 24. 2024

군 율

군대 이야기 10


2 소대장은 현재의 ‘ㅂ’ 진지와 인원을 1소대로 편입시키고 1소대 소속의 ‘ㄴ’ 진지를 2소대로 바꾸어 그쪽으로 이동하라는 포대장의 지시가 있다.

병사들은 그대로 두고 나만 움직이는 것이다.

처음 와서부터 1년여 동안 애정을 쏟았던 병사들과 헤어지는 게 몹시 서운했다.

특히 정병장은 분대장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포대 훈련 때면 태권도 시범조로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남달리 애정이 있던 병사였다.


“소대장님, 정말 가십니까?”


지평이가 몹시 서운하다는 듯 퉁퉁거린다.


“그래, 나도 여기 계속 있고 싶은데 소대 편제가 비효율적인 건 맞아. 앞으로 이중위가 맡을 거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고, 정병장 잘 부탁한다.”


포대 3호차가 오고 기병이는 말없이 나의 개인 이사물품을 옮기고 있다.

그런 중에 덩치 큰 박상병이 마중 나오며 조심스레 한마디 한다.


“소대장님, 저를 불러 주십시오”


그냥 인사말정도로 생각하고 알았다고 했다.

병사들이 차렷을 하고 경례를 한다.


“격추!”

“그래, 몸 조심하자. 또 보자”


좌회전을 하며 도로에 들어섰다.

길 모퉁이를 돌고 포도 과수원을 지나 버스 정류장이 보이고 바로 그전에 왼편 마을 입구로 난 길에 접어들면 다른 진지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비로소 진지 입구가 보인다.

다시 대략 500M 정도 거리의 완만한 경사로를 달려야 위장막으로 덮인 진지 게이트에 도착한다.

‘ㄴ‘ 진지는 1소대 소속으로 그동안 심중사가 맡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폭행을 저질러 헌병대에 인계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지금은 근신처분을 받은 상태로 포대본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군복을 벗게 될 거라는 말이 돌았다.


“격추!, 안녕하십니까. 소대장님~”

“그래, 김병장. 어수선한데 수고가 많다. 제대가 언제지?”


김병장은 제대를 2달 정도 남겨두고 있는 고참이다.

몸이 마른 체형이고 180cm가 조금 안 되는 키에 얼굴은 까마잡잡해서 약간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보였다.

‘ㄴ’ 진지는 일요일에 아랫마을에 있는 교회에 주일 예배를 다니는 김병장을 포함한 몇 명의 병사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 김병장은 교회를 다니면서 8개월 정도 사귄 포도 과수원집 처자가 있다고도 한다.

‘ㄴ’ 진지는 더불어 포대에 파견근무를 하는 대대 예하부대도 함께 생활하는데 근무 편성은 따로지만 그 외의 모든 지시는 소대의 지침에 따르게 돼있다.

다른 곳에 비해 1.5배는 더 많은 인원이 근무를 하는 곳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기 위해 개별면담을 진행했다.

각 인원들의 개인적인 문제나 군생활에서 불편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개별상담으로는 문제를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같이 생활을 하며 언행이나 습관적인 행동, 그리고 근무 태도 등을 파악해야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김병장이 제대를 앞두고도 여러 수고를 했다.

제대하는 바로 전날까지도 근무에서 빠지지 않고 솔선수범을 보였다.

김병장 후임이던 이상병이 병장으로 진급하며 자연스레 최고참 분대장이 되었다.

‘ㅂ’ 진지에선 박상병이 병장으로 진급을 했다. 이곳에서도 아침점호는 생략했다.

취침 전에 청소상태나 개인위생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근무와 기타 일들은 원래 하던 자기들 방식으로 맡겨놨다. 김병장은 제대를 했다.


‘ㄴ’ 진지는 경치 구경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거의 270도가 넘는 시야 각이 확보되고 아침엔 상쾌한 공기와 햇살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날도 해가 뜨기 전 아침 일찍 포상에 나왔다.

그런데 이병장이 근무를 서며 누군가를 기다리듯 산 아래를 보며 서성거리고 있다.


“이병장, 무슨 일이냐?”

“격추, 아닙니다”

“그래, 아침 공기가 상쾌하구나. 신학교를 다니다 왔다고?”

“네, 2학년 마치고 왔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산 아래에서 진지 영내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누구냐!”

“격추, 덕영입니다”


덕영이는 지역 방위병으로 이곳 진지에 출근하는 야간조 근무자였다.


“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덕영이의 손엔 파와 봉지가 쥐어져 있다.

덕영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야! 이병장, 네가 시킨 거야?”

“….. 네 제가 시켰습니다. 아침 부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였다. 근무시간에 인원 보고도 없이 영외로 출입을 한다는 건 무단이탈 사고였다.

이제까지 관행처럼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러다 영외에서 사고라도 나면 큰 사건이 될 게 뻔했다.


“현 시간부로 긴급 상황 발생, 가상 적기 출현!!!”


훈련을 걸었다.

 근무자는 포대에 상황 보고를 하고 내무반에 인터폰으로 훈련을 알렸다.

위장막을 걷어 내고 발전기를 시동 건다.

발전기 2대가 동시에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다.

복장을 갖추고 소총을 맨 병사들이 뛰어 올라오고 사수와 부사수가 포를 잡는다.

모든 병사가 정위치에 정열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하지만 갑자기 아침에 울린 훈련은 제시간 내에 작동하지 않았다.

훈련 해제를 하고 모든 인원을 포상에 집합시켰다.


“군장 꾸려서 이곳에 도착하는데 5분을 준다. 근무자를 뺀 모든 인원, 실시!”


이병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ㅂ’ 진지에서 박병장을 데리고 왔다.

포대장에게 ‘ㅂ’ 진지에 있던 박병장의 이동을 건의를 한 것이다.

반발은 있었지만 박병장은 꼼꼼함으로 밀고 나갔다.

큰 덩치가 주는 위압감은 도움이 되었다.

‘ㄴ’진지는 빠르게 안정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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