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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낚이다

군대 이야기 9

by 창복


중위 진급이 있었다.


진급이래야 포대장이 다이아몬드 두 개가 수 놓인 계급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단출하게 치러졌다.

주임상사가 오늘은 회식을 하자며 부추긴다.

읍내 식당에 모여 저녁 겸 회식을 했다.

역시 먹는 곳엔 웃음이 만발이다.


“소대장님,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대충 알면서도 농을 던지려는 수작질을 시작한다.


“최중위, 최소위보다 최중위가 입에 딱 붙는데?”


남선배가 간부들의 농지거리를 멈추려고 큰소리로 악을 쓴다.

남중위선배와 1소대 이중위도 함께 회식을 했다.

오랜만에 갖는 회식이라 그랬을까.

이중사, 심중사, 송하사, 박중사등 포대 간부들이 더 신이 났다. 요란스럽고 시끄럽게 회식은 계속되었다.

술이 만취가 되어 가던 중 이중사가 밤낚시를 가겠다며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한다.

이 밤에 무슨 낚시를 한다는 거야? 자기를 보고 싶으면 00으로 오라며 황급히 떠났다.

송하사는 얼굴이 뻘게져서는 심중사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고 포대장은 나를 붙들곤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쓸데없는 잡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포대장님, 휴가는 언제 보내주시는 겁니까?”

“지금은 바빠서 안돼”

“아니, 1년이 넘도록 휴가를 못 가는 일이 대한민국 군대에서 있습니까? 애들도 가는 정기 휴가를 왜 저만 못 가는 겁니까?”


처음 자대에 와서부터 포대장이 차일피일 휴가 날짜를 미루고 있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

오늘도 포대장은 바쁘다며 또 미루고 있다.

시험에 통과하면 보내준다고 하더니 말이 없었고 포대 훈련이 잡혔으니 다음에 가자고 하고 다른 간부들이 휴가가 있으니 다음에 가라고 하고 춘계 보수 기간이니 마쳐야 갈 수 있다고 하더니 이젠 그냥 바쁘다니 화만 났다.

푸른 군복이 죄수복도 아닌데 나를 공간 안에 꽁꽁 묶고 있다.

남선배도 1년이 넘어서야 겨우 3박 4일 휴가를 갔다 왔다며 위로한다.

기분이 침체되었다. 침체된 기분 탓에 술이 더 취하는 듯하다.


“소대장님, 이중사 밤 낚시하는 곳에 가서 2차 하시죠”

“그럽시다”


이중사가 간 곳은 사실 우리 소대 부근이었다.

소대로 복귀할 겸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택시를 불러 소대로 향했다.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택시가 정차하고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이중사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심중사와 박중사가 이중사와 뭐가 좋은지 깔깔거리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를 들으며 술을 한잔 더 했더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하늘을 보니 수많은 별과 은하수가 장관이다.

빛이 적은 곳이라 보석같이 반짝이는 별들을 보자니 기분이 좀 더 좋아졌다.

낚시를 하는 무리들을 뒤로하고 큰 바위에 누워 밤하늘을 본다. 정말 장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라니…………….


잠이 들었나 싶은데 코가 간지럽다.


“악”


눈을 번쩍 떴다.

낚시 바늘이 콧구멍 사이에 걸려 있고 이중사가 낚싯대를 당기고 있었다.

고의적으로 그랬는지 우연이라면 백만분의 1의 확률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낚싯바늘은 정확하게 양 콧구멍 사이를 꿰뚫고 꾀어 있었고 이중사는 줄을 당기고 있었다.

심중사와 박중사 놈들이 내 주변에서 웃고 있다.


난 못된 놈들에게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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