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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Aug 25. 2024

취 미

꿈과 또 다른 나

언제였을까? 꿈을 꾸기 시작한 게.

땅바닥에 로봇만화를 그리기 좋아했다.

나뭇가지 하나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 앞 골목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워낙 만화를 좋아해 TV 가 시작되던 오후 저녁시간부터 거의 1시간은 말도 없이 브라운관만 응시했다.


사생대회가 열리던 덕수궁이나 경복궁을 학교 대표로 나갔었다.

중학교 때 일이다.

그런데 물감을 이용하여 색깔을 만들고 칠하는데 서툴렀다.

땅바닥에 선만 그리던 아이가 물감을 가지고 놀았던 적이 드물었기 때문일 게다.


미술시간은 날마다 행복했다.

겨울방학 그림 그리기 과제는 빼먹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엽서의 사진을 그려 고등학교 축제 기간 중 그림부문 장려상도 받았다.

그림은 어느새 나의 자아가 되었고 자부심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려서부터 학원에 다니며 배운 친구들이 그린 그림은 더 현란하고 능수능란했다.

기본기가 튼튼해 보였고 색감은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난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음을 알았다.


꿈이 바뀌었다.

연필로 그리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으니 다른 꿈을 꾼 것이다.

건축 디자인이 다음 꿈으로 자리 잡았다.

세상에 없던 위대한 건축 설계는 미술을 바탕으로 한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대학입시에 낙방했다.

건축 설계사가 되려는 꿈이 멈칫했다.

방황과 고민 그리고 현실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 긴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께서는 말씀이 없으셨다.

하지만 나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셨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안정된 직업을 찾기로 했다.

앞으로 유망한 직종이나 직업군을 고려했다.

엔지니어가 되기로 했고 그게 목표이자 현실적인 꿈으로 자리매김했다.


난 중간적인 인간이다.

고1 때 본 적성검사에서 문과 대 이과 비율이 51 대 49로 나왔었다.

문과 기질이 더 있었지만 수학이 재밌어서 이과를 택했다.

화가는 가난한 직업이라는 당치도 않을 이유로 자기 설득을 거쳐 포기했다.

건축설계사 중 극히 일부만이 위대하다는 이유로 목표를 수정했다.

좋아하지만 내일 먹을 빵을 걱정하며 현실로 복귀했다.


그래도 신이 선물한 재능은 기쁨을 준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현재의 그 아이들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사진과 다른 선명한 느낌이 살아 숨 쉬는 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웃고 있다.


난 아마도 위대한 한량이 되는 게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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