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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Aug 25. 2024

만 행

군데 이야기 12

 

또 훈련이 걸렸다.

포대 본부로 내려와 남중위 선배와 교육 소대 인원을 정리하라는 임무가 내려왔다.

다음날 아침 보고를 마치고 본부에 내려와 회의를 했다.

가장 먼저 가용 인원을 파악했다.

물론 방위병도 포함된다.

부상자는 무조건 제외하고 계급별로 나누고 분대별 5인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훈련지침상 방위병 1명을 소총수로서 임무를 주고 발전기와 경계임무로 역할을 할당했다.

이 부분도 훈련 점수에 포함되므로 되도록 경험이 있는 일병으로 채웠다.


남중위선배와 교육소대 인원 편성이 마무리가 되었다.

잔류인원과 방위병 배치 문제도 결론을 지었다.

포대장에게 보고를 위해 상황실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틱틱거리는 말소리가 들린다.


“왜 그런 일을 소대장 마음대로 하나? 인사계를 뭘로 보는 거야. 더러워서 군생활 못해먹겠네”


인사계 배중사가 시비를 걸듯 불쾌한 어조로 내뱉는다.

어이가 없는 말이라 대꾸도 못하고 있는데 남중위가 나선다.


“허어,, 뭔가 오해가 있나? 배중사,.. 훈련 인원.. 파악하는 거예요”


남중위는 자꾸 뭔가를 설명하려고 애를 쓰면서 말을 더듬는다.

보다 못해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포대장님 지시로 인원을 파악하고 보고하는 건데 뭐가 문제요?”


그런데 갑자기 배중사가 발작질을 한다.


“야! 소대장이면 다야, 말 똑바로 해”


반말 짓거리로 싸움을 하자며 시비를 건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보다 손이 먼저 올라가려는 걸 참았다.


“이 새끼가 말버릇이 뭐야! 니가 인사계이면서 지금 도와준 게 뭐가 있어!”


남중위가 말린다. 남중위는 평화주의자다. 늘 당하지만 늘 참는 버릇이 있다.

포대본부에 출근하는 사. 람. 것들이 남중위를 무시하는 건 이런 내력 때문이었다.

배중사는 올해에 상사로 진급될 예정이고 나이로 보면 한참 위였다.

하지만 이번 건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아까 한 말 사과하는 게 좋을 거요”


화를 억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배중사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딴청을 피운다.

그런 모습을 보자니 속으로 열불이 난다.


“배중사, 나 좀 봅시다.”


난 배중사를 밖으로 불러내 상황실 뒤편으로 데리고 갔다.

남중위가 문밖으로 나와 멀찍이 지켜본다.

사고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한가 보다.


“뭐가 잘못된 거라도 있소”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요,,,, “


말하다 말고 뜸을 들인다.


“솔직히 소대장님이 요즘 들어 우리 앞에서 제대로 웃으신 적이 있습니까?”

“뭐요? 그럼 내가 웃지 않아서 그게 불만이란 거요?”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죠…….”


그러면서 방위병들이 토요일 일요일 TS 위장망 훈련을 비를 맞아가며 열심히 해서 이틀을 쉬라고 했다느니 자기에게 말해주지도 않고 교육소대 계획을 세웠다느니 하는 월권행위를 서슴없이 말한다.

위계와 질서가 없고 가당치도 않은 헛소리이다.


난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인사계 배중사는 왜 방위병 소집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이후 인사계 배중사는 배상사가 된 이듬해에 징계를 먹게 되어 보직해임을 당한다.

두 가지 큰 문제가 소원수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라 한다.

그간 배중사는 몇몇 방위병들에게 뒷돈을 챙겼다고 한다.

또한, 휴가를 갔다 온 휴가자가 복귀를 한 날 본부에서 하룻밤을 잘 때마다 휴가자들의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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