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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Aug 29. 2024

갈굼, 괴롭힘

군대 이야기 16


강하사가 전화기 너머로 하소연을 한다.


“미치겠습니다. 소대장님, 왜 나한테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하소연은 10분이 넘어가고 있다.

강하사는 내 소대 소속의 ‘ㅈ’ 진지의 진지장을 맡고 있다.

강하사를 괴롭히는 김중사는 지난여름에 전입 왔다.

차량과 화포 정비는 이중사가 맡고 있다.

그런데도 김중사가 차량 정비로 합류한 것이다.


“도대체 왜 갈구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들은 포대애서 출퇴근하면서 편하게 지내면서 진지에서 고생하는 저보고 똑바로 하라는 둥, 게으르다는 둥 심지어 그럴 거면 제대나 하라고 합니다 “


강하사가 그리 살가운 성격이 아니어서 소대장인 나하고도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하소연을 하는 걸 보면 김중사의 갈굼이 선을 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강하사, 포대장께 보고할 테니 오늘은 하던 일 잠시 미루고 쉬고 있어라”


강하사를 진정시키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병사들에게 김중사에 대한 평판을 들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대체적인 평판은 썩 좋지 않았다.

말을 막 하고 욕도 하고 그래서 피해 다닌다는 식이다.

김중사가 처음 전입해 와서 회식 때 악수 한번 한 게 전부라 판단이 서질 않는다.

포대장에겐 보고하지 않았다. 쉽사리 결론을 내리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았다.

강하사의 일은 그렇게 잊혀졌다.


날이 풀리면서 병사들도 봄바람을 즐거워하고 있다.

먼 산과 가까운 산에 진달래가 화사하게 분칠을 하듯 색깔을 입히고 있어 기분도 좋아진다.

포상으로 나가 넓은 풍광을 보고 싶어 걸음을 옮긴다.

호수와 봄산이 어우러진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한다.

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포상이 보인다.

근무자는 박병장이다.

전화기를 붙잡고는 귀를 떼었다 붙였다를 한다.


“정국아, 무슨 일이야?”

“김중사가 욕을 하고 화를 내고 있는데…”

“왜?”

“전화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다짜고짜 화를 내는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박병장에게 전화기를 넘기라고 했다.


“여보세요, 최중위입니다”

“뭐? 최중위? 씨x 박병장 xx는 어디 가고?”


단번에 반말과 욕지거리가 귀를 때린다.

그래도 참아 본다.


“박병장이 근무상 무슨 문제가 있거나 김중사에게 실수라도 했습니까?”


되도록 감정을 자제하며 말을 잇는다.


“씨x, 뭐? 문제? 나하고 박병장 문제를 왜 소대장xx가 나서고 지랄이야!, 바꿔 씨x”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야이, 개xx! 죽고 싶어 환장을 했어, 개xx가. 어디다 대고 욕지거리야 xx놈아. 너 이 xx 잘 걸렸다. 하극상에 애들 괴롭힘에,, 너 이 xx 기다리고 있어. 내가 당장 내려가서 머리통을 박살 낼 테니”


전화기를 끊고 포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포대장이 자리에 없다고 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분노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다.

모자만 눌러쓰고 산을 내려가 버스를 탔다.

버스가 읍내 정거장에 정차하고 또 걸어서 포대까지 가는데도 화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집어든 몽둥이가 손에 들려 있다.

행정반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김중사, 이 개xx 어딨어!”


김중사 놈은 부식 수령을 한다며 부식 수령차량을 타고 내뺀 모양이다.

상황실에 있던 유중사가 포대장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포대장의 설득으로 몽둥이를 밖에 버렸다.

포대장에게 오늘 일과 그간의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상벌위를 열기로 약속하고 분을 삭이며 진지로 복귀했다.


그러나 상벌위는 열리지 않았다.

포대장이 면담을 하고 김중사가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은 것이다.

김중사는 병사들에게도 나에게도 어떠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더 이상 김중사의 갈굼이나 괴롭힘은 없었다.


이후 김중사는 내사를 받았다.

하극상이나 병사들 괴롭힘에 대한 내사는 아니었다.

김중사가 팀 스피릿훈련에 참가하고 훈련 후에 남았던 기름을 빼돌려 팔았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김중사는 재판에 넘어갔고 다시 전출을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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