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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Aug 28. 2024

비뚤어진 군대

군대 이야기 15


동계 훈련이다.


화포 이동과 전개 및 야간 경계가 목적이다.

모의 전투 훈련으로 상황 발생과 이동 및 포 전개까지 하루 동안 이어진다.

이동한 훈련지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하룻밤 취침을 준비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동계훈련은 각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동하는 훈련지는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겨울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이다.

더군다나 밤에 야영을 해야 하므로 단단한 준비를 해야 했다.


“상황 발생, 현재 전 전선에 걸쳐 적 전투기 남하 중”


상황실에선 유중사가 포대장의 명령하달로 전 진지에 공습 발령을 내린다.


“각 진지는 현재 상황을 보고 하라”


“제1 소대 이상 무! 전 인원 전투 준비 끝”


각 진지별 소대장과 진지장은 보고를 한다.

두 번째 상황을 포대장을 통해 유중사가 전달한다.


“1차 공습으로 진지가 노출되었으니 각 소대는 포 이동 준비를 하라”


사전 계획된 지역이긴 하지만 훈련 과정상 진지 이동 지역을 답사하기 위해 3호차를 타고 포대 밖을 나간다.

다시 포대로 들어와 포대장에게 보고를 한다.


“5포대 진지 이동 준비, 1포로부터 2포, 3포 순으로 이동한다”


1호차를 선두로 1포를 끄는 육공 트럭이 출발한다.

다음으로 2포를 끄는 두 번째 육공 트럭이 출발한다.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육공 트럭이 출발하고 기타 전투 물품들을 싣고 두대의 육공 트럭이 이어진다.

난 첫 번째 육공트럭의 선탑자로 출발했다.


훈련이지만 만약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운다.

목적지까지 거의 1시간 정도를 이동했다.

미리 위치를 표시해 두어 각각의 포는 각자의 위치로 이동한다.


“전 대원 하차! 포를 전개하라! 각 포별 소총수 한 명씩은 사주 경계를 하라”


육공 트럭이 포의 전개 위치로 이동하고 포를 차량에서 분리한다.

 포의 다리를 전개해서 위치를 잡고 발전기를 돌린다.

여기저기 발전기가 켜지며 긴장감이 올라간다.

사수와 부사수가 위치하고 소총수들도 각자 경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제1포 전투준비 완료! 제2포 전투 준비 완료!”


여기저기서 전투 준비 완료를 외친다.


“상황 종료, 각 소대는 전투태세를 종료하라”


상황이 종료되니 겨울바람이 급격히 밀려든다.

겨울 추위는 발바닥부터 얼굴 전체를 얼리고 있다.

살갗을 에이는 듯 쓰라린 느낌이 난다.

가죽 장갑을 끼고 있지만 손의 감각이 무딜정도로 강추위가 몰려온다.

짧은 해는 어느새 산 너머로 숨고 있다.


“서두르자, 빨리 텐트 쳐야 하니까 여기에 불을 지펴라”


병사들 잠자리를 위해 20인 정도가 취침가능한 두동의 텐트를 설치하기 전 얼어붙은 땅을 녹인다.

실제 전쟁 상황이면 불을 피우는 것도 제한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훈련이다.

그런데 간부용 텐트는 없었다.


“60센티정도 땅을 파라, 나머지 인원들은 차량에서 텐트와 비닐, 깔 게를 가져와라”


임시 천막을 설치하고 취사 준비를 한다.

버너를 켜고 밥과 된장찌개를 끓인다.

병사들의 손은 뻘겋게 변했다.

식판을 들고 추위를 피하려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포대장과 포대 간부들은 이미 자리를 떴다.

근처 매운탕 가게에서 저녁을 먹고 방을 빌려 취침을 한다고 한다.

나 보고 일이 마무리가 되거든 찾아오라고 한다.


난 홀로 남아 불침번 계획을 확인하고 모든 병사들이 취침에 들어간 것까지 확인했다.

밖으로 나와 주변을 다시 확인한다.

그러나 오늘은 그믐날이라 달빛도 없어 더 이상 확인 가능한 게 없다.

멀리 시골길을 비추는 가로등 한 개만이 유일한 빛으로 남았다.

피곤과 추위가 온몸에 밀려든다.

잠잘 자리를 찾으려 병사들 텐트로 들어갔다.

자리는 없었다.


“소대장님, 왜 혼자 계세요?”


텐트 밖을 나와 추위에 떨고 있는데 임병장이 따라 나오며 말을 건다.

임병장은 운전병이다.

눈치가 100단이다.


“소대장님, 차에서 쉬세요”


난 차에서 잠을 잤다.

실제 상황처럼 느껴졌다.

훈련은 병사들만 하고 포대에 있는 사. 람. 들인 부사관들은 방관자처럼 행동한다.

그 가운데 포대장이 중심에 있다는 게 우스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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