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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Aug 27. 2024

매운탕

군대 이야기 14


“잠깐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확인할 게 있습니다”


보통의 어느날과 같이 버스를 타고 진지로 향하고 있었다.

포대본부 쪽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다리를 건너면 삼거리가 나온다.

헌병 초소는 삼거리 초입을 지키며 서울 쪽으로 향하는 차량과 사람을 확인한다.

헌병초소가 포대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어 매번 헌병과 마주친다.

얼굴이 익숙하기에 한 번도 헌병들은 나를 확인한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이날은 한 헌병이 버스에서 나를 붙잡고는 다짜고짜 하차를 요구한다.

속으로 ‘별일이 다 있구나’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밖에서 다른 헌병이 초소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목소리 톤을 깔고 상당히 저자세로 나를 이끈다.


“안에 들어가서 확인할 게 있습니다”


속으로 짜증이 났다.

헌병이 군의 경찰이긴 하지만 우리 포대 작전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로 협조적인 관계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헌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헌병 막사가 딸린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안내했던 헌병이 초소 안에 들어가자마자 길을 비킨다.


“야, 창복아!!”


내 이름을 부르는 헌병 소대장이 거기에 있다.

누구지? 얼굴을 잘 모르겠는데……. 하고 생각하는데 확 떠올랐다.


“병후야!!”


병후는 같은 대학동기다.

소위 임관식 이후로부터 만난 적이 없었는데 오늘 1년 7개월 정도만에 만난 것이다.

병후가 우연히 초소에 나와 있었고 정차하는 버스 안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가운 마음을 뒤로하고 헌병을 시켜 짖꾸진 장난을 친 것이다.


뒤에 서있던 나를 안내했던 헌병이 빙그레 웃으며


“소대장님, 죄송합니다”


한다.

병후는 얼마 전에 이곳 초소로 근무지 변경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언젠가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내가 자주 왕래하지 않는 탓에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진짜 우연히 1년 7개월 만에 본 것이다.

반가웠다. 진짜로 반가웠다.

병후는 학교에서도 과는 다르지만 자주 어울리며 친분이 돈독했다.

잠시 지난 얘기로 웃음꽃이 피었다.


내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다음에 들르겠다고 약속을 했다.

병후는 낚시꾼들이 자주 호수에서 잡은 고기를 주고 간다며 연락하겠다고 한다.

병후와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밖에 있던 헌병이 지나는 승용차를 세우곤 나를 태워달라는 부탁과 양해를 구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전화가 왔다.

병후가 연락이 온 것이다.

오늘 낚시꾼이 고기를 주고 가 매운탕을 끓이고 있으니 올 수 있냐고 한다.

취약대기시간이 지난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진지를 나섰다.

마을 입구에 있는 가게에 들러 소주를 사들고 헌병초소로 갔다.

밤늦도록 소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매운탕은 갖은 야채와 파가 푸짐히 들어가 진하고 맛있었다.

동기들 얘기와 군대 얘기와 내년에 있을 취업에 대한 얘기로 밤시간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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