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복 Aug 26. 2024

예기치 않은 사고 2

군대 이야기 13


교육 소대 훈련이 소집되었다.


두 번째 교육소대장 역할이다.

이미 짜놓은 인원 편성으로 절반은 준비가 되었다고 본다.

두 개 포만 포대 본부로 이동시키고 훈련 시간과 조별 계획들이 빠듯하게 돌아갔다.


첫 번째 교육소대보다 이번엔 좀 더 많은 병사들과 친분이 쌓여 있었다.

이것도 짠밥이 늘어서 따라오는 것이겠다.

병사들은 활기차게 훈련을 했다.

아침 점호와 간단한 체조 후에 짧은 구보가 이어졌다.

아침 식사는 구보후 바로 이어졌다.

간단한 개인정비 후엔 훈련계획에 따라 조별로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착착 진행됐다.

저녁시간엔 경계근무가 없으므로 자동적으로 자유시간이 많아졌다.


다음날이 되고 또 그 다음날도 똑같은 패턴으로 유지하며 개인 훈련과 사격훈련이 이어졌다.

병사들의 사기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자유 시간엔 PX를 이용하는 병사들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막 끝내고 입이 심심하다고 기웃거리는 젊은 아이들이다.


“점심을 먹었는데 또 먹어?”

“ㅎㅎ 아직 배가 고픕니다, 컵라면 하나만 사주세요, 소대장님”


박병장이 덩치 큰 몫을 하려고 컵라면을 사달란다.


“뜨거운 물도 없는데 어떻게 먹으려고 그래?”

“사주시기만 하면 뜨거운 물은 문제없습니다”


컵라면을 몇 개 사주었다.


“소대장님도 하나 드시겠습니까?”


박병장은 컵라면에 뚜껑을 열고 물을 부운 다음 쇠젓가락을 쌍으로 놓고는 전선을 연결한다.

도대체 뭔 이상한 주술을 하려나 싶은 그때, 펑하고 컵라면에서 소리가 났다.

박병장은 쇠젓가락에 전선을 연결해 놓고는 220V 콘센트에 전선을 꽂은 것이었다.

순간 컵라면에 전기가 가해졌고 컵라면 속 물이 뜨거워진 것이었다.

병사들의 생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동작 그만! 누가 이런 위험한 짓을 하라고 했어!”


버럭 화를 냈다.

감전사고 위험이 있는 끔찍한 실험이었다.

바로 PX에서 해산을 시켰다.

박병장은 기가 죽어 눈치를 보며 그날 오후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점호가 되었다.


“오늘은 영외로 구보를 할 예정이니 복장을 통일해라”


어제 일로 주눅 들어 있는 마음을 풀어주려고 마을 구경을 시키기로 했다.

큰 강줄기 두 개가 만나 넓은 호수가 펼쳐지는 곳이다.

강줄기가 만나는 길로 쭉 달리면 한 폭의 동양화가 눈 안 가득 들어온다.

가을 호수의 아침에 물안개가 피어오른 장관인 곳으로 향했다.


“다들 기분 좋지! 이 기분을 멀리 고향의 가족에게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함성 10초간 발사!”

“아~~~~~~ ~~~~~ ~~~~~ 아!”


병사들의 사기는 다시 충전되었고 활기가 넘쳤다.

점심시간까지 활기는 이어졌고 자기들끼리 진지별 대항 씨름판을 벌였다.

‘ㅈ’ 진지 대표로 철수가 나왔고 ‘ㅍ’ 진지의 김병장을 이겼다.


“야, 살살하면서 놀아”


난 전 진지의 방위병 제국이가 샅바를 매고 있는 것을 보며 돌아섰다.

뒤에서 함성소리가 요란스럽다.


“남선배님, 소화도 시킬 겸 커피 어떠세요?”


상황실에 들어가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따려는데 밖에서 나를 찾는다.


“소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철수가 발목이 부러졌습니다”

“아니, 왜?”


급히 씨름판으로 향했다.

철수가 괴로워하며 땅에 머리를 박고 있다.

철수는 왼쪽 발목에서 뚜둑하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제국이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발목이 부러진 것으로 판단했다.


“야, 3호차 불러! 의무병을 찾아라. 남중위님 포대장한테 보고해 주시고 전 철수 데리고 청평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사고는 즐겁게 노는 가운데 일어났다. 모두의 예상이 빗나가는 지점에 사고는 존재한다.

철수는 제국이와 체급이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존심을 부렸다.


“철수야, 왜 무리했어?”


철수는 X-ray 결과 왼쪽 발목의 골절이 있고 뼈까지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4주에서 8주간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병원에서 행정일을 보는 동기를 다행히 만나 철수를 부탁하고 나왔다.

철수는 치료를 모두 마치고 목발을 집고 나왔고 한동안 근무에도 나설 수가 없었다.

거의 3개월이 지날 무렵이 되어서야 목발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Kiara, his daught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