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엄마

극성 아니면 응원

by 창복

와이프는 기러기 엄마가 되었다.

큰 아이와 같이 길을 떠났고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어려움도 겪어가며 작은 일에도 깔깔거리며 행복해한다. 큰 애의 외모로 비슷한 내력을 찾자면 어머니-와이프-첫째 로 쪼르륵 이어지는 가계도가 있겠다. 큰 애가 어릴 적 거실에 앉아 노는 때에 우연히 퇴근을 하며 본모습은 헛웃음을 지게 했다. 할머니께선 티브이를 보시고 와이프는 드러누워 티브이를 보시는 어머니를 방해하고 있는데 첫째는 그 틈에서 혼자서 장난감을 손에 쥐고 웅얼거리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세 명이 같은 친족처럼 보였다. 분명 와이프는 성이 다른 며느리인데 어머니의 친딸처럼 보였고 손녀는 그 딸의 딸로서 3대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인 것이다. 놀라웠다.

엄마의 외모를 닮은 큰애는 성격적으로는 나를 닮았다. 착하고 순하며 바르고 똑똑하다. 히히. 그런데 한 가지 함정은 마음이 여리고 약해서 거절도 못하고 손해도 보고 상처도 많이 받는 소심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나보다 나은 덕성을 가졌지만 마음이 강인하거나 결단력이 약하다 보니 나와 와이프는 항상 걱정을 하며 산다. 기우일까? 알아서 잘하는데 부모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그 또래의 보통의 젊은애들과 별반 다르지 않지 않을까? 그럴 수 도 있다.

하지만 큰 애는 엄마를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외지에 나가 혼자 독립하고 세상에 부딪히고 저항받고 여러 일을 다 도맡아 하는 걸 스트레스받아한다. 둘은 길을 떠나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그리고 어느 날 나에게 보고를 하듯 말했다.

“여보, 나 큰애랑 같이 떠날까 봐. 비행기표를 끊어 줘요. 아무래도 같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난 허락했고 둘은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동부로 떠났다. 좌충우돌 우당탕탕거리며 둘은 그렇게 준비하고 시작을 했다. 침대와 책상은 이케아에서 주문 배달을 시키고 살림을 위한 기본 생필품을 새로 구입하고 일반 마켓에서 한국쌀과 고추장, 참기름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다운타운에 아파트도 렌트를 했고 자동차도 해결할 것이다.

“당신이 땡스기빙에 여기로 오면 안 돼? 나 여기 계속 있을까 봐”

와이프가 기러기 엄마가 되겠단다. 나를 기러기 아빠로 만들면서. 서로가 작은 새 한 마리씩 품에 안고 작은 새들이 힘차게 날갯짓을 할 때까지 우린 기러기 엄마, 기러기 아빠가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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