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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17. 2024

바람 부는 여름, 북 캘리포니아

선물



오랫동안 그림 구상을 했었다.

그림구상은 즐겨 찾는 동네 화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평화로운 쉼을 누리기 위해 동네를 유유히 돌아다닌다.

여행자처럼 두리번거리며 느린 시간 속에 몸을 맡긴다.

아침이어도 좋고 저녁이나 밤이어도 좋다.

어느 날과 같이 찾은 화랑에서 신선한 느낌을 준 그림을 보았다.

단순한 색상과 간결한 구성으로도 그림은 훌륭했다.

그림 한 장에 2500불이다.


뜨거운 여름에 가장 많이 보는 풍경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팜 트리, 바싹 마른 언덕, 사막, 파란 하늘 그리고 바람.

재료는 구했고 구성을 해야 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 보았다.

머릿속에 보관하고 또 꺼내보길 무려 8개월이나 했다.


지난여름 조카에게 약속을 했다.

그동안 그려 놓은 그림 몇 점이 집에 걸려 있었다.

조카는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담소를 나누다 생애 첫 집을 살 계획이 있다고 했다.


“집을 사면 선물로 그림을 한점 그려줄게”

“너무 좋아해요. 어떤 그림이라도 좋아요”

“제목은 캘리포니아야”

“새로 사는 집에 꼭 걸어 둘게요”


그리고 어제 느닷없이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느낌이 왔다.

시작이다. 하자!

바람을 푸른 하늘 속에 그려 놓고 싶었다.

풍차와 구름을 그리려다 포기했다.

바람의 자유로움과 연결되지 은 듯 연결되는 연속성과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날씨가 화창한 여름은 캘리포니아다. 그리고 길게 뻗은 팜트리가 배경으로 딱이다.

비가 오지 않아 마르고 마른 잡초가 온통 뒤덮인 언덕과 구름 없는 푸른 하늘은 대표 풍경이다.


습작 같은 작품이 나왔다.

하늘 속에 바람을 그려 넣었다.

그래서 만족스럽다.

부디 조카가 그림을 좋아해서 거실에라도 걸어 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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