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오감으로 느끼는 추억이 있다.
더욱이 맛과 향은 잊지 못하는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듯하다.
맛에 있어서는 엄마 손맛이 최고 같다.
와이프는 결혼 전부터 어머니께서 만드신 반찬을 특히 좋아했고 지금도 맛의 기준이라고 한다.
향은 어떨까?
아이가 막 태어나서 엄마품에서 느끼는 향은 어땠을까?
어릴 적 아버지께서 외국에서 사다 주신 분을 바르시고 어머니께서 외출하실 때에 풍겼던 분가루 냄새는 강렬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분가루 냄새를 맡으면 젊을 적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데이트할 때 맡았던 와이프가 뿌렸던 향수 또한 강렬했다.
한 겨울에 팔짱을 끼고 걸을 때 포근한 외투사이로 풍기던 향수 향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행이 지났다 하더라도 와이프가 가끔 뿌리는 그 향수의 향이 맡아지면 그때의 추억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각 나라와 도시마다 풍기는 냄새가 있다.
그 또한 그곳이 갖고 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사막이 있는 곳, 산이 많은 곳, 바다가 가까운 곳이나 겨울과 여름 같은 날씨에도 도시가 풍기는 냄새가 달라진다.
사람들마다 새로 추가되는 추억의 향기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긴장과 설렘과 새로움을 불러일으키는 향기가 있다.
그것은 ‘라벤더’ 향이다.
라벤더 향이 기억 속에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처음 미국에서 아파트 생활을 할 때이다.
마트에서 주방세제를 샀는데 그 주방세제가 라벤더 향이었다.
보라색 액체세제가 들어 있고 향기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었다.
처음 맡아본 향이었고 허브의 일종 정도로 알고 있었다.
혼자 밥을 먹고 접시와 수저를 설거지할 때 맡게 되는 라벤더 향은 기분을 좋게 했다.
퇴근하고 아파트에 홀로 들어서면 라벤더 향이 품에 안기듯 훅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가족이 미국에 처음 놀러 와서 아파트에서 같이 2주를 보냈는데
와이프와 아이들은 라벤더향을 처음 맡아보고는 무슨 향이냐고 물었었다.
“와… 향기 좋다”
“라벤더야, 향기 좋지?”
촌스럽게 주방세제 냄새를 맡으며 냄새 좋다고 했었다.
여전히 우리 가족은 라벤더 향을 맡으면 처음 미국에 와서 같이 지내던 아파트와 그 시간들을 공통으로 추억한다.
우리 가족에게 라벤더 향은 새로움, 반가움, 낯선 이국 그리고 가족이라는 향수를 불러온다.
작은 아이가 별안간 라벤더 그림을 그려달란다.
언제 그려 줄 거냐고 매일 성화를 부린다.
주말이 시작되고 몸과 손이 바빠졌다.
이번엔 라벤더 향을 공기 중에 날려보려 한다.
향기를 품은 옅은 보라색 바람이 산너머로 날아간다.
사람은 오른쪽으로 비켜서서 자연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라벤더가 자라는 자연은 더욱 풍성하고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