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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21. 2024

아빠, 사고 치다

노견을 대하는 자세


 

“깨갱!”


테디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샌드위치 모양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하다 마루에서 미끄러지며 벽에 부딪혔다.

오른쪽 뒷다리가 접히면서 넘어졌는데 누워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마치 오른쪽 뒷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뒤틀려 보였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자꾸 넘어졌다.

오른쪽 뒷다리에 전혀 힘을 주지 못하고 내딛지도 못하고 있다.

속으로 큰 일이라고 순간 생각했다.


“왜 그래?”


작은 아이가 놀라며 위층에서 내려왔다.


“놀다가 미끄러졌는데 벽에 부딪쳤어. 근데 다리를 못쓰네”

“… 어쩌다가.. 병원에 가야 할까? 예약할까?”

“그래 빨리 알아봐라”

“아니, 그러게 조심해서 놀라니까, 아빠는…..”


말끝에 원망이 섞여 있다.

평상시 강아지를 너무 과격하게 놀린다고 조심하라고 했는데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는 말투다.

테디는 말티즈종인데 이런 종들의 특징이 다리가 약하다고 한다.

더군다나 우다다다를 잘하는 종이라 노견일수록 조심시켜야 한다고 들었다.

테디는 눈 수술을 받고 나서는 급격하게 체력이 약해진 면도 있었다.

수술 이후에 엄마와 두 아이들은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제발, 테디하고 자주 놀아주되 과격하게는 놀아주지 않기로 약속해요”


테디를 안아서 카펫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다리를 살폈다.

조심스럽게 발끝부터 만지며 어디를 아파하는지 점검을 했다.

뼈가 부러졌다면 엄청 소리를 지를 거고 관절이 어긋났데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발끝으로부터 허벅지까지 만져보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큰 부상이 아니라는 짐작을 했다.

이미 늦은 오후라 병원 예약을 할 수는 없었다.

예약도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일단 상태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한쪽다리를 못쓰고 있어서인지 테디는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빠르게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봤다.

보통 2~3 일이면 괜찮아진다는 얘기와 혹시나 관절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비슷한 사례로 여겨졌다.

일단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보기로 하고 차를 몰아 CVS로 향했다.

테디를 집에 남겨두고 오는 게 걱정이라 작은 애가 테디를 안고 달렸다.

파스를 사서 집에 돌아와 양쪽 뒷다리 모두에 골고루 털이 적은 안쪽으로 뿌렸다.

파스 냄새가 진동하고 테디는 코를 카펫 바닥에 대고 이리저리 비벼댄다.

효과가 조금 있어 보인다.


어느새 작은 애는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며 실시간 테디의 상태를 중계 중이다.

그러면서 엄마하고 첫째가 아빠한테 할 말이 있다며 바꿔 달란다.


“그러게 사고 치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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