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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Sep 20. 2024

갈림길

단편 소설 7



토요일 수업이 끝났다.

삼총사는 같이 하교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탁구장을 들러 땀을 빼고 나왔다.

오른쪽 골목으로 빠지면 민영이 집으로 가는 길이다.

민영이가 주춤거린다.

민영이는 더 놀고 싶은 생각인 듯했다.


“민영아 나 갈 길이 멀다. 한 시간은 걸어야 해. 너 우리 집까지 갈래?”

“집에 가면 나 혼자라 들어가기 싫어서”


민영이 엄마는 보험일을 하셔서 낮에는 집에 계시지 않는다고 한다.

할 수없이 잠깐 대로변에 있는 가게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잠깐이 30분을 넘겼고 끝내 민영이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정구야, 오늘따라 민영이가 왜 저러냐?”

“몰라, 요즘 공부가 재미없다고 투덜대던데…..”

“공부 재밌는 애가 어딨냐?”

“나도 고민은 있어….”


우린 삼총사지만 서로 성적이 어떻게 되는지 묻지 않았다.

공부하자고 도서관에 같이 가자고도 안 했다.

공부는 각자 알아서 하는 거고 우린 서로 어울리며 좋은 친구가 되자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세상은 우리가 선택할 시간을 알렸다.


“너희들 고등학교 진학해야 하는데 어디로 갈지 다음 주 월요일까지 정하고 와라”


담임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알림은 우리들을 술렁이게 했다.

삼총사는 같이 걸으며 처음으로 공부와 진학에 대해 얘기했다.


“너희들 어디로 갈 거니?”


내가 물었다.


“글쎄, 난 상고를 가서 은행에 취직할까 봐”


정구가 답했다.

난 이유를 묻지 않았다.


“민영이는 어디로 갈 거니?”

“난, 00 공고를 가려고”


민영이의 대답이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또한 이유를 묻지 않았다.

나는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난 어머니께 얘기했어. 지난주에, 낙준이 넌?”


민영이가 물어봤지만 난 대답을 못했다.

난 한 번도 고민을 한 적이 없었다.


“집에 가서 물어보려고”


서로 생각들이 많아서였는지 탁구장에도 가지 않고 계속 걷기만 했다.

여느 때와 같이 민영이가 먼저 들어가고 정구가 들어가고 혼자 더 걸어서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께로부터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2년을 더 연장하신다고 하셨다.

어지러운 한국의 정치를 당분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가뜩이나 계엄이 확대되고 군사정권이 활개를 치는 모습이 못마땅하시다고 하신다.

아버지께서는 줄곧 이승만이의 악행과 박정희의 독재를 비판하셨다.

그리고 전두환의 군사정권이 한국 역사와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하셨다.

박정희보다 더한 독하고 무서운 군사정권이 한국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대학생들이 군사독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사촌형이 귀띔했다.

사촌형은 사복경찰로 대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한다고 한다.

일부러 경찰이라고 말해주고 아는 학생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정보도 흘린다고도 했다.

가장 큰 사건은 광주에서 일어났고 사촌형은 말을 아꼈다.

폭도들이 경찰을 습격하고 총기를 탈취했다고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 댔다.

사촌형은 며칠 동안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사촌형은 정보과에서 수사과로 전과했다.

도저히 양심에 가책이 들어 동생들 같은 대학생들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교 버스정류장에 있는 정형외과 3층 302호로 하교할 때 들르라고 한다.

사촌형은 폭행을 당해 입원한 조폭 한 명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범석이에게 오늘 잠깐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범석이는 인문계를 간다고 한다.

하지만 난 어디로 간다는 말을 못 했다.

난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인문계로 가기 위해 치르는 ‘연합고사’에 통과할 자신이 없었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지만 확실한 대답이나 결정을 하지 않으셨다.


“니가 하고 싶은 걸 해라”


이틀 동안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사촌형의 한마디에 방향을 정했다.


“대학생이 되고 싶으면 인문계로 가”


월요일이 되어 선생님과 상담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 명 한 명 교무실로 불려 갔고 내 차례가 되었다.


“어디로 결정했어?”

“인문계요”

“….. 안돼, 힘들어. 지금 니 성적으로는 위험해”

“…. 해 보겠습니다”

“인문계에서 떨어지면 넌 선택지가 없어. 00 공고 야간을 가야 해”


00 공고는 깡패학교라고 소문이 있었고 더군다나 야간이라니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선생님은 단호했지만 난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니가 정 인문계를 가고 싶으면 부모님 모시고 와서 결정해”


카투사에서 군복무 중이던 형이 휴가를 내어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을 만나 결정을 지었다.

이로서 삼총사는 고등학교를 가는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을 했다.

한 명은 상고, 한 명은 공고 그리고 한 명은 인문계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난 그날부터 공부에 매진해야만 했다.

00 공고 야간을 가지 않기 위해 ‘연합고사’에서 인문계 커트라인을 넘어서야 했다.



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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