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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Oct 17. 2024

산책

그리고 가을 하늘



어젯밤에는 고양이 레오가 밤 출근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하루 휴가를 사용하겠다는 말도 없었다.

어젯밤 내가 잠들기 전에 본 레오는 캣타워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레오가 찾는 소리가 들린다.

배고프거나 외출하겠다는 소리인데 새벽에 잠이 덜 깬 나에게는 해석이 어렵다.

알람이 울리기 전이니 7시 전은 분명한데 잠이 빨리 깨지 않는 걸로는 대략 4시나 5시쯤으로 예상했다.

일어나기를 지체하니 어느 결에 침대까지 올라와서는 머리맡에서 울어댄다.


“알았어, 일어나자. 나갈 거야?”


눈도 뜨지 못한 채 걸음을 떼니 레오가 앞장서고 테디도 뒤를 따른다.


“하이고야… 니들 때문에 잠을 더 자기는 글렀구나”


레오에게 밥을 주고 테디는 뒷마당에서 쉬를 하도록 한다.

아침은 바쁘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조금 넘었다.

밥을 다 먹은 레오는 외출하겠다고 뒷문으로 나갔다.

새벽 공기가 서늘하다. 가을바람이 가을 냄새를 품고 있다.

테디를 불러 같이 외출을 서두른다.

기왕 일어났으니 산책을 일찍 하기로 한다.


동이 트기 전 새벽하늘을 본다.

오늘따라 구름이 여러 모양으로 떠 있다.

동쪽 하늘은 지평선 너머로부터 빛에 물들어 오고 구름도 제각각의 빛에 물들었다.

하늘의 반 이상은 여전히 어두운데 얕은 외곽선이 드러나 대강의 형체를 볼 수 있다.

오늘 산책 코스는 작은 호수로 정했다.

테디를 데리고 함께하는 산책은 조심스럽다.

다른 개를 만나면 흥분해서 제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은 일찍 나와서 다른 사람들이 없다.


조명이 바뀌며 물을 뿜어대는 분수의 물 튀는 소리가 새벽 공간을 채운다.

새파란 잔디와 잔잔한 호수의 물과 분수와 탁 트인 하늘을 마주한다.

동쪽 하늘부터 붉은빛이 넓게 펼쳐져 있고 옅은 파랑과 하얀 하늘이 서쪽의 어두운 하늘로 스며들고 있다.

동쪽 구름은 붉은빛에 한쪽이 물들어 있고 하얀빛을 품기 시작한다.

호수도 하늘을 닮아 어둔 배경 속에 호숫가 나무들과 집들의 형체를 하늘빛으로 모양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호수에는 여러 빛깔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반바퀴를 돌아 하늘을 보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 사이에 하늘은 더 밝아져 있고 풍경은 그림 같다.

드넓은 하늘에 붉은빛을 역광으로 받은 모형 같은 집들과 야자나무가 흑백 사진같이 자리하고

하늘색을 품은 호수가 잔잔한 물결 속에 호수 주변의 풍경을 다양한 색으로 담고

푸른 잔디가 나머지 아랫 공간을 채우고 있다.


버드나무를 지나고 올리브 나무를 지나고 야자수를 지나고 바쁘게 걷는다.

아직은 새벽이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집에 가까이 왔을 때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가 길을 가로질러 뛰어간다.


“레오!”


집 앞 수돗가에서 테디의 발과 엉덩이를 씻기고 있는데 레오가 슬며시 다가온다.


“위험하니까, 그렇게 다니지 말라니까. 왜 거기까지 가는 거야”


조심스레 핀잔을 하니 외면하듯 옆에 앉는다.


“자, 들어가자. 과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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