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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Oct 15. 2024

오랜 벗이 놀러 오면

뭘 해줄까?



“이번엔 꼭 놀러 와야 해. 알았지?”


친구는 웃으며 겉으로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진짜 대답과 긍정이지만 아닌 대답 그리고 진짜 아닌 대답을.

여러 이유로 시간을 길게 낼 수가 없다는 건 나도 이해한다.

그래도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적 느꼈던 갈망과도 같다.


3년 전 추운 겨울에 우린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신촌도 좋기는 하지만 유행이 신촌에서 홍대로 바뀌었다며 친구가 장소를 홍대로 정했다.

커피숍에서 만나 먹자골목 쪽으로 이동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너 여긴 오랜만이지? 여기 유명해져서 젊은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야. 좋지?”


친구는 친구에게 여기저기를 보여주며 무척 신나 했다.

마치 어릴 적에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던 기분이 나도 들었다.

겨울 추위임에도 아랑곳없이 그룹으로 춤을 추는 젊은 여자 애들과 길거리 노래 공연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이들을 보려고 모여있는 사람들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스러웠다.

그 사이로 사방팔방에서 들리는 말소리들과 노랫소리가 섞여 시장의 난전처럼 무척이나 북적였다.

친구는 대단한 구경거리를 친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나도 질세라 겨울바람이 지나는 사이사이로 감탄사를 남발하며 친구의 배려에 호응했다.


“오랜만에 춘천 닭갈비를 먹자”

“좋아, 거기에 소주 한잔 하면 아주 좋겠다”


이층 창가로 앉아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오랜만에 친구와 술을 마셨다.


“몇 년 만이냐, 카톡이야 하긴 했지만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만나고 벌써 7년 만인가?”

“그렇게 되었구나.”

“넌 언제 놀러 올 거냐?”

“가야지, 근데 작은 애가 아직 학생이라”

“대학생인데 뭘 걱정을 해, 이젠 다 컸지 뭐”


친구는 작은 애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실 친구에게 폐가 될까 봐 염려하는 마음이라는 걸 난 안다.

다른 친구들이 찾아와 함께 놀아도 자기가 다른 친구에게 놀러 가는 일은 자제를 했었다.

이제까지 늘 그랬다.

그러니 가장 오랜 벗이 놀러 오라는 부탁도 웃으며 긍정 같은 부정을 하지 않겠나.


그나저나 만약에 친구가 놀러 오면 난 어떤 계획을 세울까?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관광 여행코스를 세워보거나 이곳에서만 먹어 볼 수 있는 음식 여행코스를 세워보면 좋겠다.

아니면 여행지 숙박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워도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튀김이 있는 하프문 베이로부터

긴 부둣가 끝에 있는 식당에서 서핑을 즐기는 써퍼들과 파도를 보며 조개수프를 먹을 수 있는 산타크루즈를 거쳐

2차 세계대전 때 있었던 정어리 통조림 공장이 있는 몬트레이베이를 거쳐 …. 이런 바다 테마 여행은 2박 3일이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지대에 형성된 호수인 레이크 타호와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요세미티와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끝없이 펼쳐진 과수 농장과

세상에서 가장 크게 자란다는 레드우드를 볼 수 있는 레드우드 파크…. 이런 산 테마 여행은 3일이고

와이너리에서 와인테이스팅과 다운타운 구경으로 1일로 하고 샌프란시스코 여행지는 여유롭게 2일로 하고

…………….. 대충 3주 정도면 만족스러운 여행코스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친구는 놀러 오긴 할까?


“건강해라, 언젠가는 우리도 은퇴를 하겠지. 그땐 함께 놀러 다니자”


예약한 막차를 타려고 지하철로 향하는 친구를 배웅하며 내일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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