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최고야
덜컥 감기가 걸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목이 꺼끌한 게 감기 증상 같았다.
감기 초기엔 목부터 오곤 했었다.
공복에 아스피린을 먹고는 동물 친구들 아침 루틴을 챙겨준 후에 잠깐 침대에 누웠다.
오전 9시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로그인해야 한다.
몸 상태는 70% 정도인 것 같다.
오후 2시와 5시에 미팅이 있으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
회사 일중엔 5시 미팅 전까지 결론을 내야 하는 이슈가 하나 걸려 있는데 확인이 필요했다.
테스트한 데이터가 내가 얻은 시뮬레이션 결과치와 부합해서 이슈를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행히 회로 설계 문제가 아니라 패키지의 조립문제로 보였다.
거의 3일 동안 분석하고 비교 검토해서 얻은 결론이었다.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몸이 슬슬 아프기 시작한다.
몸살기가 나나 보다.
점심으로 매운 라면을 먹자고 작은 애에게 졸랐다.
5시 미팅에서 이슈문제를 설명하고 패키지 드로잉을 확인했다.
결국 이슈는 일단락이 되었다.
패키지 드로잉과 테스트 항목의 조건 차이로 인한 불량이었다.
한숨을 돌리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참치 김밥을 했다.
작은 애가 좋아하는 김밥 중 하나다.
감기가 심해지는 것 같아 데이퀼을 먹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이 되어 비로소 감기가 몸을 지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몸의 살갗이 저리고 아팠다.
겨우 로그인을 하고 누워 버렸다.
깨어보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아래층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려가니 작은 애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아빠, 내가 죽을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봐.”
“무슨 죽을 만들어?”
“새우죽이야. 당근하고 양파도 넣었어. 앉아 있어. “
아빠가 아프다고 감기약도 사 오고 새우죽도 한다니 놀랄 일이다.
엄마는 급하게 긴 외출을 하고있으니 자기라도 아빠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식탁에 올라온 따끈한 새우죽이 그럴듯하게 보인다.
별 기대도 하지 않고 한입을 먹었는데 맛도 일품이다.
딸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