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사람 난사람 든사람
“어, 친구야, 내가 올라갈 테니 서울역에서 만나”
“나야. 좋은데. 괜찮겠어?”
“멀리서 왔는데 내려오라고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서울로 올라갈게”
“야, 넌 된사람이야.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 중에 넌 된사람이다. 인정!”
“하하하하.”
구미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변경한다.
친구는 옛 친구의 일정을 고려해서 당직이 끝나는 대로 서울로 올라온다고 한다.
친구는 늘 그런다. 홍대에서 만나고 탄현에서 만나고 서울역에서 만나고 항상 서울로 올라와서는 친구를 만났다.
배려하고 항상 먼저 생각하는 친구다.
“이번엔 종로도 가보고 옛 추억을 경험해 보자고”
옛날에 우리는 그렇게 놀았다.
버스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듯 서울 시내를 구경했다.
선진운수 152번 버스를 타고 서대문을 거처 경복궁, 시청, 롯데백화점, 미도파 백화점을 거쳐서 서울역을 보며 오른편으로 돌아 서대문으로 향하는 코스를 우리 둘은 놀이의 하나로 애용했었다.
눈이 내리던 겨울방학에도 비가 내리는 여름방학에도 우린 해마다 그렇게 시간을 함께했었다.
종로서적에도 가고 YMCA 뒷골목의 막걸릿집도 가보고 피카디리, 단성사 극장을 구경하며 거리를 휘젓고 다녔었다.
“그래, 서울역 대합실에서 4시 45분에 보자고 “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워진다고 하던데 마음은 한결 따뜻하고 가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