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마음도 요리처럼
학창 시절, 발표를 할 때면 목소리가 양처럼 바들바들 떨리고 시선이 어디로 갈지 몰라 요동쳤었다.
담임선생님께서 출석을 부르실 때도 유독 내 이름만 크게 들리면서 가슴이 쿵쾅댔었던 기억이 있다.
내향적인 편에 가깝기도 하고, 주목을 받을 때면 긴장을 유독 크게 느끼고 당황하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상황에선 서두르지 않고,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 규칙적인 삶이 지속될 때서야 비로소 평온한 마음상태가 되곤 한다.
그런 상태가 될 때가 언제였나를 생각해 보면 3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글을 쓸 때, 책을 읽을 때, 요리를 할 때.
글을 쓸 땐 30년이 넘는 세월을 돌이켜보며, 세상에 나누고 싶은 얘기를 뒤적이느라 바쁘다. 책을 읽을 땐, 이야기 속에 주인공에게 완전히 투영되어 나도 모르게 역할놀이를 하는 나를 발견한다. 요리를 할 땐, 어떤 맛을 가장 주인공맛으로 만들 것인지 가본 적 없는 미식의 지도를 찾아가 보기도 한다.
3가지 중 요리는 시작부터 결과까지의 전 과정이(대부분의 요리의 경우) 1시간 안에 끝나는 취미라고 생각된다. 요리를 하다가 알게 된 노하우 중 한 가지는 미역국을 끓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육수를 낼 때, 말린 홍새우를 넣으면 새우와 미역이 만나 더 깊은 감칠맛을 내는 해산물 육수가 완성된다는 점이다.
요리 초보와 고수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 식재료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의 달인'을 보면 느껴지는데, 달인이 요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예상치도 못한 숙성재료들이 기본 재료로 우르르 튀어나오곤 한다. 요리는 요리사의 손맛이라고 하지 않은가. 정답이 처음부터 없어서 ‘내가 정한 것이 바로 답이 되고, 답으로 만들 수 있는 신비한 세계가 아닐까’라고 생각되어 더욱더 매력적인 취미이자 행위라고 느껴진다.
요리에 빗대어 얘기를 해보았지만, 살다 보면 정해진 길로 가야 옳다고 주변의 시선과 견해에 따라서 흘러갔으나 결국에 혼란스럽고 때론 스스로의 마음 한편이 매우 공허해졌던 경험이 간혹 있었다.
삶의 모양은 요리처럼 어떤 것을 얼마큼 어떻게 섞고, 어떤 타이밍에 몇 도의 온도로 구성할 것인지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이 되지 않을까. 잠시 멈춰 서서, 현재 나에게 가장 평온함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였나를 되짚어본다는 것은 처음부터 원하고 추구해 왔던 바로 그 시작점의 모양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