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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계인총각 Jul 20. 2022

<처음 치앙마이>2. 항동골프클럽

비 예보가 있지만 새벽까지 오고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았다. 치앙마이는 우기인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비 맛은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기를 예측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생애 첫 해외 골프에 도전했다. 그것도 1인 플레이로.

아이가 학교 간 시간에 글을 쓰거나 주변을 탐방하다 이번에는 골프를 쳤다. 아이가 갑자기 찾을까 봐 불안한 마음에 멀리 가진 못하는데 다행히 아이 학교(Meritton British International School)와 같은 '항동' 지역에, 치앙마이에서 가장 저렴한 '항동골프클럽(HangDongGolfClub)'이 있었다.

퍼블릭 골프장이고 9홀을 두 번 도는 코스. 예약 없이 그냥 가서 바로 플레이를 했고, 자동차도 없어 그랩으로 다녀왔다. 입구에 매점 같은 곳에서 계산하고 영수증 같은 것을 받는다. 잠시 기다리면 캐디가 오고 캐디에게 영수증을 보여주면 끝. 락커는 화장실과 같이 있는데, 마치 공중화장실에 락커가 있는 느낌이다. 너무 노후화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환복하거나 짐을 놔두기는 어렵고 얼굴 정도만 씻을 수 있다. 나는 골프복을 입고 캐디백만 들고 갔다.

그린피+수동 카트+캐디피는 300바트이고 별도로 캐디팁을 내면 된다. 캐디팁은 200~300바트를 주곤 하는데, 나는 어머니뻘 되는 분이 캐디를 하셔서 300바트를 드렸다. 캐디팁은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캐디들이 받는 사실상의 급여라고 한다. 어머니뻘 캐디는 클럽을 가져다주시고 거리를 불러주시는데 퍼팅 라인은 잘 못 보셨다. 영어는 거리, 좌우 방향, 클럽 번호 정도만 하실 줄 안다. 필요한 대화는 구글 태국어 번역기를 이용했다. 멀리건은 수시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그래도 쓰기 전에 허락 받는 건 예의다.


골프장 상태는 크게 기대하면 안 된다. 다만 같은 항동 지역인 '노스힐(Northhill)' 골프장이 전장이 짧다는 후기가 많은데 항동골프클럽은 전장이 길다. 노스힐은 남성 골퍼들이 가면 공 치는 맛이 없다고 한다. 그린, 페어웨이, 러프 중에서 상태가 좋은 곳은 페어웨이다. 한국 퍼블릭 골프장만큼 관리는 돼 있진 않지만 치는데 문제는 없었다. 러프는 잡초가 자라도록 놔두는 듯하다. 그린은 면적이 대체로 작고, 관리는 하는 것 같은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린 스피드가 빨라 공이 잘 구르고 핀은 어려운 위치에 있다. 골린이는 쓰리 퍼터는 기본이다. 레디티, 옐로티, 화이트티, 워터해저드, 벙커 등 있을 건 다 있다.

1인 또는 2인 골퍼들이 많아 앞 뒤로 수시로 조인한다. 진행을 위해 조인하기보다 캐디가 본인이 심심해서 조인하는 것 같다. 나는 중국인 아주머니+10살 딸아이에 조인했다. 딸이라고 짐작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자기 친구 딸이란다. 어찌 된 조합인지... 어쨌든 10살 딸아이가 공을 잘 쳤다. 영어도 잘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골프 선수를 하려는 건 아니라고 했다.


후반에는 아버지뻘 되는 태국인과 조인했다.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굉장히 젠틀하고 영어를 수준급으로 한다. 골프 실력도 80대 타수로 수준급이다. 골프는 약 10년 전부터 쳤는데 1주일에 두 번 정도 운동 삼아 필드에 나온다고 한다. 레슨이 아닌 골프 플레이 자체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데 자녀들이 관심이 없어서 자기가 아직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예의상 작은 여행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중간에 너무 더워서 먼저 간다고 했는데, 그 분과 플레이한 마지막 홀에서 내가 생애 첫 해외 골프에서 자력으로 첫 번째 파를 했다.

태국이지만 필드는 필드고 골린이는 여전히 골린이다. 긴장감에 전반은 그냥 연습 삼아 친다고 생각했고, 몸이 풀리고 마음도 풀리면서 후반에는 훨씬 공이 잘 맞았다. 스코어는 처음부터 작성하지 않았다. 골린이 입장에서 3만 원으로 필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만족했다. 필드 연습에 제 격이다.


<항동골프클럽 개요>

-구글 지도 기준 치앙마이국제공항 남쪽으로 35~40분 거리.

-9홀 X2 코스

-그린피+수동 카트+캐디피 총합 300바트

-캐디팁(필수) 별도 200~300바트

-예약 불필요(평일 기준)

-1인 플레이 가능

-복장 자유


<3줄 평가>

1. 시내에서 있어 접근성이 좋다.

2. 골프장 상태와 캐디는 기대하지 않고 가야 절망하지 않는다.

3. 골린이가 필드 연습하기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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