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가까이 아빠와 단 둘이 지내던 아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했다.한국인, 특히 한국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룽나라풀빌라리조트(Rung nara pool villa resort)'를 예약했다.한국인 사장이 태국인 부인과 함께 운영한다.
코로나19 이전 한국인 가족 여행객이 많이 찾던 숙소라고 했다.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아들만큼 나도 설렜다.
룽나라풀빌라 공용 주방
룽나라풀빌라는 치앙마이 올드타운에서 자동차로 40여분 소요된다.치앙마이 동북쪽 산사이 지역에 있다. 마에조대학교(Maejo Univ.)와 산사이 국립병원을 지나 북쪽으로 더 올라간다.더 이상 도심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그냥 시골이다.도심 관광이나 잘 갖춰진 인프라를 원한다면 이곳은 피해야 한다.
룽나라풀빌라의 최대 장점은 '키즈 액티비티'(kids activity)다.승마 체험과 낚시, 영어공부방을 이용할 수 있다.승마와 낚시는 사장이 직접, 그리고 무료로 운영한다.숙소에서 약 50m 떨어진 거리에 사장의 집이 있는데, 뒤뜰에 있는 큰 연못과 목장에서 승마와 낚시를 할 수 있다.
연못과 목장은 사장이 만들었지만, 자연 그대로 관리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린다. 깔끔한 목장과 낚시터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줄어든 탓인지 시설들이 노후화됐다.
영어공부방은 중고교 영어 선생님을 하다 정년 퇴임한 태국인 할머니가 진행한다.비용은 1시간에 100바트. 숙소와 100m 정도 떨어져 있어 도보로 이용 가능하지만, 사장이나 부인이 늘 태워주셨다.
특별한 커리큘럼은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던지면 그 주제를 영어로 대화한다.선생님 출신이어서 그런지 태국인 할머니의 인품이 훌륭했다.
룽나라풀빌라 승마 체험
숙소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 이름만 보고 '풀빌라'를 기대하고 오면 낭패한다.국내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펜션이라고 생각하면 적당하다.단층 짜리 건물 6~8개 동이 있고 룸은 14개 내외 정도 되는 것 같다. 룸에 비해 욕실이 작다. 기본적인 어메너티와 하우스키핑, 간단한 조식을 제공한다.
마당에는 수영장과 공용 주방이 있다.수영장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놀기 좋은 크기지만, 수질은 알 수 없다. 주방에는 조리도구가 구비돼 있어 간단히 음식 해 먹기 좋다.코로나19 이전에는 저녁에 손님들과 바비큐 파티도 했다고 한다.
첫날에는 투숙객이 유태인 계 러시아 커플밖에 없었다. 장기 투숙객이라고 한다.한국인이 없어 아들이 실망했다. 아들을 영어공부방에 보냈는데, 다음에 또 가겠다고 했다."또 가고 싶다"는 표현은 아들의 최고 칭찬이다.
오후에는 사장과 같이 남자 셋이서 낚시를 했다.
물고기가 많았지만, 이날은 나에게만 고기가 몰렸다. 크기별로 물고기를 잡았다.
저녁에는 사장과 함께 근처 재래시장에 갔다.
타패 게이트 선데이 마켓은 가봤지만, 재래시장은 처음 구경했다.요리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만 잔뜩 샀다.서로영어가안될뿐더러 흥정할 수고도 필요없다. 종이에 가격을 써놨다. 정찰제다. 운 좋으면 시골 장터의 인심도 느낄 수 있다.
룽나라풀빌라에서 그랩 푸드를 시키려면 오후 7시 이전에 주문해야 한다.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는 데다 오후 8시쯤 되면 문 닫는 식당이 많다.문을 연 식당들도 배달 오토바이를 찾지 못해 주문을 취소하기도 한다.겨우 그랩 푸드로 끼니를 때웠고, 그렇게 첫 날을 보냈다.
다행히 둘째 날에 한국인과 태국인 가족들이 입실했다.아들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있어 신나게 놀았다.
더로열치앙마이골프리조트
룽나라풀빌라에서 의외의 수확은 골프였다. 치앙마이 북부 지역 골프장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이곳은 제격이다.자동차로 20분 채 안 되는 거리에 파3 연습장을 포함해 골프장 5개가 포진해 있다.
-더 로열 치앙마이 골프리조트
(www.royalchiangmai.com)
-마에조 골프리조트&스파
(www.maejogolfclub,com)
-그린밸리골프클럽
(www.summitgreenvalley.com)
-란나골프코스
(www.golflannachiangmai.com)
-산사이 뉴 골프(San Sai new golf, 파3)
사장이 최근에 다시 골프를 시작했는데, 시간만 맞으면 동반자로 함께 라운딩을 갈 수 있다.물론 1인 플레이를 해도 되지만, 나는 '사장님 찬스'를 써서 차량을 이용하고 그린피도 할인받았다.3박을 머물면서 골프는 기대도 안했지만 라운딩 2번에 연습장 1번을 갔고 아이는 사모가 돌봐줬다.
<3줄 평가>
1. 한국에 있는 평범한 펜션 또는 민박집을 생각하고 가야 한다.
2. 도심 관광은 어렵지만 승마와 낚시, 골프가 가능하다.
3. 사장과 시간만 맞으면 어른이든, 아이든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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