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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계인총각 Aug 22. 2022

<처음 치앙마이>7. 코끼리 목욕 체험

-아들과 1일 1소풍(3)

태국 여행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코끼리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연차만큼 쌓여가는 직장 스트레스로 여행 스타일이 '호텔 콕'으로 바뀌면서 어딜 가더라도 밖으로 잘 돌아다니지 않게 됐다. 아들이 국제학교를 가지 않는 휴식기에 치앙다오나 빠이, 매캄퐁 대신 치앙마이 시내를 맴도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무든 육아든 휴식과 힐링은 필요하다. 치앙마이 삶 속의 쉼.

태국 치앙마이 코끼리 체험

아들과 함께 '1일 1소풍'의 일환으로 떠난 '코끼리 체험'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차로 무려 1시간 이상 달려가야 할 수 있는 액티비티다. 코끼리를 야생에서 사육하는데, 대부분 코끼리 체험은 깊은 계곡이 있는 산에서 진행된다. 때문에 해당 업체에서 치앙마이 시내에 한해 픽업과 드롭을 제공한다.


나와 아들은 같은 숙소에서 만난 용감한 엄마 덕분에 픽업-드롭 비용을 제외한 할인된 가격에 신청했다. 어른 1000밧, 아이 500밧. 용감한 엄마의 렌터카를 타고 산으로 갔다. 용감한 엄마는 9살 딸과 함께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하는데, 우리와 달리 움직이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없는 도전에 걱정과 응원이 동시에 나왔다.


우리는 업체에서 알려준 접선 장소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치앙마이 남부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산 자락까지 왔다. 접선 장소는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 옆 식당이었다. 시골 식당이지만 꽤 정갈했다. 나중에 보니 이곳이 코끼리 체험이 끝난 뒤 점심 식사하는 식당이었다. 식당 주인에게 얘기하니 10여분 후 업체 직원이 차를 타고 내려와 우리를 데리고 갔다. 

태국 치앙마이 코끼리 체험 접선 장소

연식 20년은 더 돼 보이는 썽태우를 타고 비포장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작은 도랑도 지났다. 조금 과장하자면 정글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스팔트에 지쳐있던 아들이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즐기고 있었다. 잠시 후 멀리서 코끼리 머드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코끼리 체험은 1단계 오리엔테이션, 2단계 간식 주며 친해지기, 3단계 산책하기, 4단계 머드 체험, 5단계 목욕 체험, 6단계 마무리 간식 주기, 7단계 점심식사 순으로 진행된다. 코끼리 머드 및 목욕 체험을 하기 때문에 갈아입을 수 있는 전통 복장이 제공된다. 입어보니 잘 어울리고 옷이 꽤 예뻤다. 나중에 아내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그 옷을 사 올 수 있으면 사 오라고 했다. 전통 복장이 불편하다면 수영복을 갖고 와도 된다. 수건과 비누 등은 각자 챙겨야 한다.

태국 치앙마이 코끼리 체험장 시설

산속에 있는 체험 장소인 만큼 편의시설은 전부 재래식이다. 화장실, 탈의실, 락커, 샤워실, 대기실 등 있을 것은 다 있지만 상상하는 것보다 더 열악하다. 볼 일은 출발 전 숙소에서 해결하는 것을 강추한다. 탈의실은 락커와 같이 있는데 그냥 커튼 같은 것으로 가리고 갈아입는다. 락커는 근 장치가 없는 것도 있어 잘 골라야 한다.


코끼리는 5마리가 있는데 체험 조별로 사람 수에 따라 2마리, 3마리로 나눠 배정한다. 우리는 다른 관광객 없이 우리끼리 체험했다. 간단히 코끼리와의 소통 방법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코끼리에게 다가갔다. 직접 간식을 주면서 친해지는데 바나나와 사탕수수가 두 바구니씩 제공된다. 우리는 3살 정도 된 아기 코끼리와 엄마 코끼리를 만났다. 무섭다기보다 신기했다.

태국 치앙마이 코끼리 체험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 이래"라는 노랫말대로 코로 간식을 받았다. 물론 입으로 바로 먹기도 한다. 코끼리들이 서로 간식을 먹으려고 코와 몸을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아이들은 도망 다니 듯 간식을 줬다. 간식은 코에다 줘도 되고 직접 입에 넣어줘도 되는데, 내 손이 자연스럽게 코끼리 입과 침을 닿는다. 느낌은... 물렁하면서도 끈적하고... 표현하기 힘들다. 다만 빨리 손을 씻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바나나는 껍질 채 주고 사탕수수는 엄마 코끼리에게만 줬다. 아기 코끼리는 아직 딱딱한 사탕수수를 먹지 못한다. 코끼리들은 입으로 간식을 먹고 있으면서 또 코로 간식을 받아 놓는다.

코끼리는 하루 식사량이 엄청나다고 한다. 자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고 하루 종일 먹기만 한단다.

태국 치앙마이 코끼리 소통 언어

더운 날씨 탓에 산책은 하지 않고 간식 주는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갔다. 머드 체험은 생략한 채 바로 목욕 체험을 했다. 목욕 체험이 하이라이트다. 흐르는 계곡에 코끼리와 함께 들어가 바가지로 물을 뿌려주는데, 목욕이라기보다 코끼리와 함께 하는 물놀이였다.


이날 아기 코끼리가 너무 기분이 좋았던 나머지 계속 바닥에 뒹굴면서 온갖 애교를 부렸다. 코끼리가 이렇게 사람과 친해질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육사들은 코끼리는 똑똑하다고 했다.

태국 치앙마이 코끼리 체험

샤워실은 열악하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흙탕물을 씻는 정도로 샤워할 수밖에 없다. 코끼리 체험장에서 보낸 전체 소요시간은 1시간 30여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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