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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계인총각 Sep 01. 2022

<처음 치앙마이>11. 히든 빌리지

-아들과 1일 1 소풍(4)

태국 치앙마이에도 공룡 박물관이 있을까? 공룡은 아들이 아기일 때부터 사랑해온 동물이다. 공룡 중에 가장 크고 강한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들의 최애 공룡이다. 아들은 내가 아들만 한 나이일 때 개봉한 쥐라기공원 1탄을 포함해 쥐라기월드 시리즈까지 보고 또 봤다. 쥐라기월드 테마 음악을 읊을 정도로 많이 봤고, 집에는 쥐라기공원을 꾸며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공룡 장난감이 많다.

태국 치앙마이 히든 빌리지(Hiden Village) 공룡공원

아빠와 둘이서 노는데 지루해진 아들에게 공룡을 보여준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히든 빌리지(Hiden Village)'. 우리는 '1일 1소풍'의 일환으로 히든 빌리지를 찾아갔다.


***히든 빌리지 3대 구경거리

-공룡공원(공룡을 좋아한다면)

-승마체험(10~15분/100밧)

-크로커다일 Feeding(1회/20밧)


히든 빌리지는 치앙마이 올드타운 타패게이트에서 핑(Ping)강을 건너 강 따라 북쪽으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다. 주변 명소는 루암촉몰(Ruamchok Mall)인데 거기서도 차를 타고 10분 정도는 들어와야 한다. '히든' 빌리지여서 그런지 그랩 기사가 근처에 다 와서 약간 헤맸다. 히든 빌리지 인근에서 안내 표지판을 찾기가 힘든 데다 현재(2022년 7월) 방문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주차장이 공터처럼 방치돼 있다 보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다.

태국 치앙마이 히든 빌리지(Hiden Village)

히든 빌리지는 말을 키우는 목장도 있어 규모 자체는 작진 않다. 입장료는 외국인 성인 200밧/어린이 100밧, 태국인 성인 100밧/어린이 50밧. 매표소에서 맨 구석에 있는 공룡공원까지 한 바퀴 돌면 20여분, 천천히 구경하면서 걸으면 1시간은 걸린다.


근데 막상 구경할 게 별로 없다. 곤충들을 큰 조각상으로 만들어 곳곳에 전시해놓은 게 주요 테마다. 공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놀이방도 있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설 관리가 안 돼 이용할 수 없다. 매점과 식당은 손님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물이나 음료수는 사 먹을 만 하지만 식사는 비추다. 우리가 갔을 때는 태국인 가족 단위 방문객 3팀 정도 있었다. 방문객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다.


히든 빌리지는 매표소를 지나면 작은 돼지우리가 나온다. 엄빠 돼지와 아기 돼지를 다른 우리에서 키우고 있는데, 우유를 먹이는 Feeding 체험을 할 수 있다. 근처 매점에서 우유가 든 아기 젖병을 사면 된다. 비용은 20밧. 아기 돼지들이 귀엽다. 돼지우리 옆에는 양들을 사육하는 비교적 크고 넓은 우리가 나온다. 여기서도 feeding 체험이 가능하다. 우리는 우유 1개를 사서 아기 돼지와 양에게 먹였는데 가격 대비 괜찮은 경험이었다. 우유 외에 당근 같은 먹이도 판다. 가격은 역시 20밧. 저렴한 가격에 사람들도 없어 여유 있게 체험할 수 있다.

태국 치앙마이 히든 빌리지(Hiden Village) 공룡공원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공룡이었다. 공룡공원은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구경할 맛이 났다. 실물 크기로 만든 브라키오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를 가까이에서 보니 아들이 정말 좋아했다. 다른 공룡들도 제법 크게 만들어놨다. 몇 년 전 가봤던 경기도 남양주 미호박물관에 전시된 공룡들보다 볼 만했다. 아들은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도 공룡공원을 두 바퀴를 돌며 재밌게 구경했다.


공룡공원을 나오면 더 이상 구경거리가 없다. 다시 입구로 돌아 나가는 길만 남았는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때 공룡공원 입구에 있는 매점에서 승마체험을 할 수 있었다. 말은 히든 빌리지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살아있는 동물이다.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고 만화 삼국지를 많이 읽은 아들은 평소 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아들에게 말을 타보라고 권했고 아들은 약간 겁을 내면서도 자신있게 도전했다. 비용은 100밧.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저렴했다. 매점에 돈을 내니 티켓을 주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어 티켓의 의미는 없었다. 5분여 기다리니 성실하게 생긴 마부(?)가 말끔한 조랑말에 안장을 달고 나타났다. 승마체험은 히든 빌리지를 한 바퀴를 도는 코스로 진행된다.

태국 치앙마이 히든 빌리지(Hiden Village) 승마체험

아들은 난생처음으로 말을 탔다. 마부가 말고삐로 끌어주다 중간중간 아이가 혼자 탈 수 있게 고삐를 놓기도 했다. 아들은 나중에 긴장이 풀리면서 신나는 얼굴로 승마를 즐겼다. 가격 대비 훌륭한 체험이었다. 몇 번이고 더 태워주고 싶었지만 아들은 "지금이 딱 좋다"라고 거절했다. 승마는 의외의 경험이었다. 나중에 묵었던 룽나라풀빌라 리조트에서도 승마체험을 했는데 그 말은 우리가 상상한 키 크고 날렵한 모습을 한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히든 빌리지에서 탄 조랑말이 좋은 훈련이 됐던 것 같다.


이제 히든 빌리지를 나왔다. 승마체험과 공룡공원 덕분에 여기 온 게 아깝지 않았다. 그랩을 불렀는데 잘 잡히지 않았다. 치앙마이 시외 지역은 아니지만 약간 한적한 곳이어서 그랩이 금방 잡히진 않았다. 어차피 급할 것도 없어 여유 있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입구에서 주차장을 바라보고 오른편으로 또 다른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과 탐험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니 '크로커다일 사육장'이었다. 악어는 아들이 좋아하는 크고 강한 동물 중 하나이다.

태국 치앙마이 히든 빌리지(Hiden Village) 악어 사육장

나도, 아들도 그렇게 많은 크로커다일은 처음 봤다. 입을 쫙 벌리고 꼼짝 않는 크로커다일, 반쯤 물에 잠긴 크로커다일, 털 끝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크로커다일... 이 중에 몇 마리만 진짜고 나머지는 조각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전부 다 살아있는 크로커다일이었다. 가까이에서 정말 자세히 보니 모두 숨을 쉬고 있다. 사육사는 크로커다일이 자고 있다고 얘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꼼짝도 않은 채 입을 벌리고 자고 있을까.


크로커다일 사육장에도 손님들은 없었다. 우리는 바로 먹이 체험을 했다. 비용은 20밧. 낚싯대처럼 긴 대나무에 줄을 연결하고 거기에 닭고기를 매달았다. 아들이 사육장을 향해 낚시를 하듯 들고 있으니 잠시 후 크로커다일 2마리가 미끄러지듯 물속으로 들어오다 그중 1마리가 높이 뛰어올라 닭고기를 낚아챘다. 먹이를 물고 있는 힘이 워낙 세서 아들과 내가 힘을 합쳐 대나무를 지탱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아들도 나도 놀라면서도 흥분됐다. 사육장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크로커다일 공연장이 있었다. 오후 2시에 크로커다일 공연(비용 별도)을 한다고 했다.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아 보진 않았다.

태국 치앙마이 히든 빌리지(Hiden Village)

결론적으로 히든 빌리지에서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동물은 말과 크로커다일, 돼지, 양, 오리, 연못에 사는 물고기 정도다. 동물원은 아니다. 동물원을 생각하고 오면 100% 실망한다. 다만 좀처럼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들을 저렴하게 제공해준다. 공룡을 좋아하지 않으면 히든 빌리지 방문을 추천하진 않지만, 혹시라도 가게 되면 승마체험과 Feeding 체험을 여러 번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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