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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Nov 20. 2022

동백꽃의 지혜

때를 알면 두 번 피어난다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선운사 동백꽃. 내가 좋아하는 “선운사”라는 노래 가사에 나온다. 선운사라는 노래는 선운사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글에 가수 송창식씨가 곡을 붙인 것이다.  


고등학교 때, 국어 담당이시던 담임 선생님을 따라 사당동에 있던 서정주 선생 댁 앞에도 가 본 적이 있어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송창식씨의 노래 중에서 잘 알려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래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동백을 본 적이 없고, 일부러 꽃 사진을 찾아 볼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으니, 동백꽃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지는 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진다는 건, 이별을 하고 허전한 마음을 나타내는 문학적 표현이려니 생각했다. 


회사에서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던, 집에서 자는 날보다 출장이 더 많았던 어느 해,  전북 고창에 갈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고창 복분자주는 마셔봐야 했지만, 선운사에도 가 보고 싶어 술기운을 떨치고 새벽같이 일어나, 일어나기 싫어하는 지점 직원을 억지로 깨워서  함께 선운사로 갔다. 


그렇게 어렵사리 선운사 동백을 보았는데 - 아... 정말 동백꽃은 꽃받침째로, 이별하는 여인의 굵은 눈물처럼 후두둑 후두둑 지는 꽃이었다. 아직 꽃잎하나 상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좀 더 가지에 매달려 있어도 될 것 같은데도, 미련을 두지 않고 낙루하듯 떨어지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꽃들이 땅에 떨어져 땅에서도 꽃밭을 이루니, 마치 땅에서 꽃이 솟아난 듯 했다. 


지고서도 아름다운 꽃이 별로 없건만, 동백은 한 껏 아름다울 때, 스러지기 전에, 가장 화려한 모습 그대로 눈물처럼 떨어져 땅에서도 꽃이 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끝이 아름답기는 참 어렵다. 그걸 아는 동백은 두 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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