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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Apr 17. 2023

기적이 일상이 되게 하는 3분 시계

바쁘다고 하지 마라 

Brad Lea 라는 천만장자가 한 강의에서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내가 너희에게 현금으로 100억을 준다면 어떻겠어?"


다들 너무 좋겠다고, 환상적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Brad Lea가 재차 묻는다.


"대신에 조건이 있어. 돈을 받으면 너희에게는 내일은 없어" (오늘 돈을 다 쓰고 죽어야 한다는 뜻)


그랬더니 다들 그런 조건이라면 100억도 필요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Brad Lea가 이렇게 말했다. 


"그 100억보다 귀한 기적같은 아침을 너희는 매일 공짜로 받고 있는거야"


뭐,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는 아니다. 뻔한 이야기다. 우리가 공짜로 받는 매일매일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또 다른 사례일 뿐이다.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 치고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보통 번다고 하면 돈을 버는 것을 생각하지만, 벌 수 있는 건 꼭 돈 만은 아니다. 친구, 시간, 만남... 우리가 벌 수 있는 것은 많다. 그런데, 만일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고 싶다면 그 중 가장 중요하게 벌어야 하는 건 시간이다. 벌 수 있다면 시간을 벌어야 하고,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시간을 사야 한다. 


시간이 없으면 급한 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급한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먼저하라는 것이 많은 멘토들의 조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스티븐 코비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건 시간이 있을 때 이야기다. 당장 눈 앞에서 급한 일이 펑크가 나는데,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해서 뒤로 미룰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현재 회사원 신분이라면 더욱 그렇다. 시간을 내야 급하진 않아도 중요한 일도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하려면 시간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관건이다.  


사실 현대 직장인들이 사는 방법은 조선 시대의 소작농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주어진 업무를 하기 위해 하루를 정해진 일과에 따라 보내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써서 얻은 가치를 정해진 비율로 지주 (사업주)와 나누어 가지는 거다. 하지만, 현대 직장인들에게는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다른 일을 해 볼 선택의 여지와 기회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기회들은 시간이 있어야 시도해 볼 수 있다. 


시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조언은 많지만, 오늘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나의 생활을 지배하는 시간의 단위를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5분 단위로 생활을 한다. 그러다보니 10시 15분에 미팅을 한다든지, 7시 30분에 식사를 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많지만, 8시 36분에 친구를 만난다든지, 5시 48분에 알람을 맞추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다 보면 알게 모르게 5분 단위로 시간이 사용되거나 혹은 낭비된다. 무의식적으로 1시 다음은 1시 1초가 아니고, 1시 1분도 아니고 1시 5분으로 인식된다. 5분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5분을 채울 때까지 남는 시간이 버려진다.  


전자 레인지 앞에서 커피나 음식을 데우면서 1분을 기다려 보라. 1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5분은 지루할 만큼 긴 시간이다. 


5분 단위로 생활하지 않는 경우들도 물론 있다. 대부분의 로펌에서는 담당하는 사건에 투여된 시간에 따라 고객에게 수수료를 청구한다. 그러려면 투여된 시간을 알아야 하는데, 내가 다니던 로펌에서는 6분 단위로 시간을 계산했다. 그래서 60분은 총 10개의 단위가 되고, 6분을 일하면 0.1시간, 24분을 투여하면 0.4시간이라고 기록한다. 6분이 안 되는 시간은 버려지거나 반올림된다. 


처음에는 6분 단위로 기록하는 것이 계산하기도 어려웠지만, 4년 정도 일을 하고 나니 회사에서는 오히려 6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니, 5분이 꼭 정답은 아니다. 


나는 한 때 3분 단위로 생활한 적이 있다. 지하철과 셔틀 버스를 타고 강북에 있는 집에서 경기도 평택에 있는 연구소까지 매일 출퇴근을 했는데, 차가 막히는 날은 하루에 왕복 9시간을 출퇴근에 쓰기도 했다. 영어 학원과 독일어 학원을 다니면서 대학원 시험도 함께 준비하던 때였다. 이렇게는 도저히 다 챙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커피를 데워 마시느라고 전자 렌지에 커피를 1분 돌리고 있다가 깨달았다. 전자 렌지 앞에서의 1분이 무척 긴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생각했다. 혹시 내가 5분보다 짧은 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용하게 되면 시간이 날 수 있을까.  


1분 단위나 2분 단위로 계획을 해도 기존의 60분 시스템에 맞추어 지지만, 그건 너무 짧은 단위이고 관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4분도 역시 60분 시스템에 맞추어 지긴 하지만, 5분과 큰 차이가 없을 듯 했다. 그래서 3분 단위로 생활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3분 단위로 생활하면 시간의 "단위"가 67% 늘어난다. 


5분 단위로 생활하는 경우, 60분은 12개의 '시간 단위'로 이루어져 있지만, 3분 단위로 생활하면 20개의 '시간 단위'가 생기는 것이다. 1시간 동안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갯수가 12개가 아니라 20개가 되는 것이다.  


그게 뭐? 그래 봤자 3분은 3분이고, 5분은 5분이지 - 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맞다. 그런데 이렇게 해 보면 알게 된다. 


그 동안은 나도 모르게 5분이 필요없는 일에 5분을 사용했다는 것을. 3 분이면 될 일에 5분을, 7분이면 될 일에 10분을 쓰면서도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내가 사용하는 시간이 12단위에서 20단위가 되었다고 해서 생산성이 바로 1.67배로 오른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모은 시간들은 내가 그 해를 별 탈없이 넘기는 데에는 정말 큰 효과가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 이후에는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캐나다에서 로스쿨 1학년을 지내면서 같은 방법으로 위기를 넘겼다. 


다만, 이렇게 시간을 쓰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만 적용하든지, 아니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해하고 동참해 주어야 한다. 동료들에게 회의는 2시 33분에 합니다 - 라고 했을 때 황당해 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져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나는 회사 생활 중에는 뜻이 맞는 (바쁘지만 새 길을 모색하고 싶은) 동료들이 있었고, 로스쿨 학생 시절에는 거의 개인 생활이어서 3분 단위의 생활이 가능했다. 


분명히 버려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시간들을 구해내지 않으면 시간이 없으니 뭔가를 대신 포기해야 하는데, 대부분 현재의 것이나 급한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포기한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도, 로스쿨을 다닐 때도, 로펌을 다니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을 때에도, 내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말이 있다. '바쁘다'는 말이다. 


바쁘다고 말하는 순간, 정말 시간 도둑에게 시간을 도둑맞는 사람처럼 우리는 시간 없는 사람이 된다. 바쁘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여분의 시간이 없다는 인식을 스스로에게 불어 넣게 된다. 바쁘다는 말은 우리가 중요한 일이 아니라 급한 일에 집중하게 한다. 바쁘면 안 되고, 바쁘다고 말해도 안 된다고? - 바쁘지 않으려면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에게는 항상 여분의 시간이 있다. 5분 단위로 살면서 모르는 사이에 시간을 도독맞았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을 찾아줄 모모가 따로 없다. 그러니 내가 모모가 되는 수 밖에.   


매일매일이 Brad Lea의 말처럼 100억보다 소중한 기적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매일 나에게 67%까지 시간이 더 생기는 기적을 일상으로 만드는 기술, 3분 시계의 위력을 체험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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