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광훈 Nov 30. 2022

믿음이 바꾸는 것들

나는 진품이다!

한국 남자들은 Titleist 드라이버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한다. 맞으면 잘 나가는데, 잘 맞추기는 어렵다고. 그래서 Titleist 드라이버로 잘 치는 것이 많은 한국ㅇ니 남성들의 꿈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  


캐나다에 와서 골프를 처음 배울 때는 그저 주위 중급자들이 나쁘지 않다고 하는 중고채 중에서 한 세트를 샀더랬다. 그걸 그 대로 한 5년 묵힌 후에 2년 쯤 치다가 드라이버를 바꾸기로 했다. 


들은 건 있어서 나도 드라이버는 Titliest를 사고 싶었다. 개인 중고 시장에서 Titleist 드라이버 하나를 현금으로 샀다. TS2.  그 주인은 자기가 정품을 샀는데 필드에 두 번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판매자가 중국인이었다. 이건 인종차별적인 생각이라 좋지 않은 것이지만, 판매자가 중국인이니 순간적으로 "진품일까? 가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 이후로 드라이버가 안 맞을 때마다 (그러니까 사실 골프 칠 때 마다...) 아, 이거 짝퉁인가, 왜 이렇게 안 맞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점점 드라이버에 자신이 없어지고, 짝퉁이라는 의혹은 더 커져서 'TS2는 관용성이든 거리든 평가가 좋은 드라이버인데 이렇게 안 맞는다는 건 짝퉁이라는거지', '아, 싸게 사려다 짝퉁을 샀구나'라는 확신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다음 시즌에는 제대로 된 가게에서 새로 Titleist 드라이버를 사기로 마음을 따-악 정했더랬다. 비싸게 사서 오래쓰면 될 일 아닌가.


그런데, 시즌이 끝나기 두 달 쯤 전 골프채 샤프트 아랫 부분 한 군데를 검은 테이프로 살짝 가려놓은 것을 발견했다. 아, 이걸 왜 못 봤을까.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아, 여기에 가짜라는 증거를 가려 놓은 거로구만. 궁시렁거리면서 테이프를 떼어보니 - xx golf demo. 


내 예감이 반은 맞았다. 그 중국인은 자기가 산 채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골프샾에서 Demo로 사용하던 채를 판 것이니, 거짓말은 맞다. 


하지만, 그 xx 골프샾에서 데모로 쓰던 제품이니 적어도 짝퉁은 아닌 것 아닌가. 짝퉁 아니고 진품이네. 마음에 작은 기쁨이 스쳐갔다.


진품임을 확인하니 제품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제품에 대한 믿음이 생긴 이후에는 갑자기, 신기할 정도로 정타가 나면서 드라이버가 잘 맞았다. 지난 두 달, 내 드라이버 샷은 바램 이상이었고 나는 이제 드라이버를 바꿀 생각이 없다. 


골프채 하나도 믿음으로 성능이 달라지는데, 사람은 어떨 것인가. 남을 믿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나를 믿을 일이다. 그래서 가끔씩 외쳐볼 일이다. 


나는 진품이다!


사업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정타가 나지 않을 때, 그 때가 나를 믿을 때이고, 그 때가 나는 진품이라고 소리높여 외칠 때다. 나조차 진품이라고 하지 않는 것을 누가 진품이라고 하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타짜와 탓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