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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Oct 11. 2023

따뜻한 얼음을 보신 적이 있나요?

얼음으로 전하는 온기


캐나다에는 추석이 없다. 한국에서 추석에 뜨는 달이 캐나다에도 12시간 후에 뜨기는 하지만, 캐나다에서 즐기는 절기가 아니니 추석을 느끼기 어렵고, 그러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인 사회에서 따로 추석 축제를 열기는 하지만, 회사에 매여 있으니 참석하기는 또 어렵다. 



그래서 나는 개업 초부터 추석에 선물을 돌렸다. 종목은 광천김. 한인 마트에 입고되는 김을 매년 사다가 한 박스씩 돌린다. 처음에는 다들 몇 십년만에 추석 선물을 받아 본다며 좋아하셨고, 지금은 매년 기다려진다고 하신다. 나름 성공한 선물이다. 


나만 선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추석 때 송편을 돌리는 분들도 계시다.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사무실에서 송편을 돌리기도 하고, 갑자기 고객께서 떡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시기도 한다. 이제는 집에서 송편을 빚지 않고, 떡 먹을 기회도 흔하지는 않아, 그렇게라도 떡과 송편을 먹을 기회가 있다는 것이 반갑다. 


한국이라면 서로서로 한창 송편을 돌릴텐데, 라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이야기 했더니, 아니란다. 이제는 한국에도 명절이든, 잔치든, 새로 이사를 왔든, 떡을 돌리는 문화가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좀 아쉽다. 떡을 돌리는 것은 맛을 돌린다기 보다는 마음을 돌리는 것이니까. 갓 찐 떡을 뜨거울 때 돌리려는 것은 가을의 추위를 이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 위함이니까. 


우리가 페북을 들여다 보고, 틱톡에 영상을 올리고, 인스타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는 것은 마음을 나누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게 사람 간의 온기를 그리워하면서 굳이 송편을 떠나 SNS로 가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편의성 정도일테다. 그런데 어쩌면 편의성이라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는 캐나다의 추수 감사절. 한국의 추석보다는 한 주 늦고, 미국의 추수감사절보다는 한 달이상 빠르다. 갑자기 고객 한 분이 예약도 없이 찾아 오셨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더니, 아이스커피를 여러 잔 들고 오셨다. 추수감사절이라 들리셨단다. 직원들과 나누어 마시라 하신다. 



손에 느껴지는 컵은 차갑지만, 하지만 온기가 있다. 그 아이스커피에 들어 있는 얼음이 따뜻해서다. 그랬다. 얼음에도 온기가 있었다. 


마음만 있으면 얼음에도 온기를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얼음으로도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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