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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Sep 25. 2023

왜 나의 아침에는 미러클이 오지 않는가

미러클 모닝으로 시작해서 미저러블 모닝으로 끝나는 이유

내가 막 회사원이 되었을 시절에는 소위 아침형 인간이 대세였다. 새벽 3시면 기상하여 밭을 갈던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새벽같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미덕이었고, 성공하는 직장인의 증표로 여겨졌다. 


그 후, 한동안 시들해졌던 아침형 인간에 대한 추구는 팬데믹 3년을 거치면서 다시 바람을 탔다. 다만 이번에는 기치가 조금 바뀌어 "아침형 인간" 대신에 "미러클 모닝"이라는 말이 더 유행했다. 


미러클 모닝이라는 말은 할 엘로드라는 저자가 쓴 책의 제목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배울 것도 물론 많고, 실천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는 사람도 많은데, 그 내용을 줄이고 줄여서 표현해 보면 결국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꾸준히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내 생각에는 아침형 인간과 별 차이는 없는 개념이지만, 어쨌든 미러클 모닝에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보증하는 것이니 그다지 의심할 바는 없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하면 하루를 더 일찍 시작하게 되고, 그래서 하루가 더 길어진다. 그렇게 내가 그 동안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미룰 핑계는 없어지고, 바라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독서이든, 악기이든, 외국어든, 여행이나 가족과의 시간이든 뭐든 좋다. 미루어 왔던 일들은 대부분 시간을 벌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니까. 이제 시간이 생겼으니 차분히 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미러클 모닝을 시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까지 가 보기도 전에 만족으로 시작을 한다. 


얼마나 좋은가? 시작만으로 만족스럽다니. 


그런데, 오히려 미러클 모닝이 지속되면서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잠이 부족하다거나 리듬이 깨졌다거나 하는 흔한 문제는 잘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2년 미러클 모닝을 하고 보니, 다시 미러클 모닝을 시작하기 전과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잠잘 시간만 빼앗겨 더 피곤해졌다고 한다.


미러클 모닝으로 시작했으나, 미저러블 모닝으로 끝이 나는 경우다. 


꾸준히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해 왔는데, 도대체 왜 예전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 하고 질문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시간을 버는 것에는 성공했고, 그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분들은 그렇게 벌어들인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을 그 시간 안에 구겨 넣으려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침이 미러클이 아니었던 시절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2시간을 벌어 3시간, 4시간의 가치를 뽑으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내 경험상 미러클 모닝의 근간은 "여유"다. 


기존 일을 한 번 뒤 돌아볼 여유, 미래의 일을 한 번 훑어볼 여유, 미루어 두었던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워 볼 수 있는 여유. 


미러클 모닝은 쫓기는 생활에서 쫓는 생활로 바뀌는 변곡점이다. 그래서 미러클 모닝은 되돌아보고, 준비하고, 계획하는 여유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이 여유를 빼 놓고 미러클만, 미러클만 추구하고, 더 많은 성취만을 추구하니, 돌아오는 것은 미러클이 아니라 미저러블 모닝이다. 


모든 미러클 모닝은 미러클로 시작한다. 내가 애써서 얻은 시간을 나를 다그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꾸준한 미러클은 저절로 성취되는 것이니, 굳이 미러클을 성취하기 위해 무리하고 달음박질하는 아침을 만들지는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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