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처럼 살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나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중력장이 강한 곳에서는 시공간이 휘어진다. 이 이론에 근거하여 아인슈타인은 태양 표면을 스쳐가는 빛은 휘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의 천문학자였던 에딩턴은 1919년 개기일식이 있던 날을 이용하여 태양 근처에서 별 빛이 아인슈타인이 계산한 값처럼 휘어진다는 것을 관측해 냈다. 그렇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증명되었다.
이 관측 결과는 곧 아인슈타인에게 전달되었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에게 축하를 건넸다. 250년을 버텨온 뉴턴의 만유인력 이론이 무너지고, 일반 상대성 이론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으니, 누구라도 축하를 건네지 않았을까. 얼마나 큰 영광이고, 기쁨이겠는가.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기뻐하지 않았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이 의아할 밖에. 그래서 물었다. 당신은 상대성 이론이 증명된 것이 기쁘지 않습니까?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대답했다.
증명이 필요했던 것은 당신들이지 내가 아닙니다.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고했던 아인슈타인에게 아마도기뻤던 순간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 냈던 그 시점이지, 다른 이들이 이를 증명해 주는 순간이 아니었던 듯 하다.
우리 시대의 천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는 위성 발사에 사용되는 로켓을 재 사용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고 Space X 연구자들의 의견을 구했는데, 부정적인 의견 일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방법을 개발해 내라'고 지시했다.
2023년 현재 로켓 재사용은 일반적인 일이 되었지만, 이 시도가 처음 성공했던 지난 2015년, 이미 앞선 두 차례의 실패를 겪은 일론 머스크는 가슴을 졸이면서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성공을 확인하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우리는 목표를 세루고 흔들림없이 나아가면 결국 그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듣지만, 많은 경우 그 길을 걷지 못한다. 가보지 않은 길인데, 우리에게 아인슈타인과 같은 자신감이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우리는 매 번 시도하고 종종 실패하면서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일론 머스크의 방식에 더 가까운 삶을 산다.
그러고 보면, 이론을 확립하는 것과, 그 이론을 적용하는 건 판이하게 다른 일인 듯 하다.
어떻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지라는 큰 주제는 물론이로, 어떻게 경매에서 좋은 물건을 찾는 지, 어떻게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를 늘리는지, 어떻게 일과 업무의 균형을 잡는 지, 어떻게 좋은 배우자를 고르는 지, 어떻게 거리가 나는 골프 스윙을 해야 하는 지와 같은 작은 주제에서도, 우리 주위에는 좋은 이론이 널렸다.
그리고, 우리가 그 이론을 따라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7번 아이언으로 200미터를 넘기는 날, 코치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제가 그랬잖아요 - 제가 말한대로만 하면 200 미터 넘는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런데, 그 "말한대로만 하는"것이 어디 쉬운가. 게다가 그 일이 내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거나, 내가 혼자 할 수 없거나, 그래서 남의 힘을 빌려야 한다면 더욱 까다롭다. 내 통제하에 있지 않은 것들에 기대야 성공하는 일은 어렵다. 실패할 것을 각오해야 하고, 실패할 때 절망하지 않고 한 번 더 해 보아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한다. 결과가 나와도 끝이 아니다. 재현이 가능한지 검증해야 한다.
주위에 아인슈타인이 많은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명확한 이론을 전해주니 믿고 따르면 된다. 너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뭔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론을 적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나는 아인슈타인으로 살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 아인슈타인이 할 일이 아니라 내 몫이기에 그렇다.
일론 머스크로 살기는 참 힘들다. 남들이 안 해 본 걸 해 봐야 하고, 남들의 반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연어처럼 상처 투성이로 살아야 하는 날이 버겁다. 그렇게 해 봐도 일론 머스크의 자리에 가게 되는 것은 또 아닌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오늘은 아인슈타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니. 오늘을 일론 머스크로 살다 보면, 아인슈타인으로 사는 내일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을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