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건 내 태도이지 일이 아니니까
직장인 생활을 꽤 오래 한 어느 날 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여느 날처럼 신문을 읽는데 한 유명 일간지에 기자 채용 공고가 났다.
초등학교 때 방송반을 한 이후로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놓은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때 이과로 간 후에는 기자직을 염두에 둔 적은 없었다. 그건 문과생의 직업이라 생각했으니까. 그 당시에는 경쟁도 너무 치열했고, 주위 이과생 중에서 기자가 된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기자 채용 공고를 보니 가슴이 뛰었다.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아 이런게 열정인가 싶었다. 낯설었다.
가슴이 뛰다니. 열정이라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마음이었는데.
갑자기 신문 기자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 때에는 마침 과학 전문 기자라는 분야도 등장한 터라 그런 쪽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원했다. 서류 심사 통과. 그리고 2차 현장 작문 시험. 이과생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4차원에 대한 내용을 써서 통과. 그렇게 대망의 면접까지 가게 되었다.
누구나 내 나이나 직위를 보면 “왜 이 자리에 응모했느냐?” 라고 질문을 할 것이 뻔했기에, 나는 기자직에 대한 내 오랜 관심과 기자직에 대한 내 열정을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면접관 중 한 명이 그 질문을 던졌고, 나는 준비했던대로 내 뛰는 가슴과 열정을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다른 면접관이 이렇게 물었다.
“그럼, 다른 가슴뛰는 일이 생기면 또 옮기시겠네요?”
어라... 그러네. 왜 그 질문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안 옮기겠다고 하자니 내 지원 동기가 흐려지고, 옮기겠다고 하자니 위험성 높은 후보가 되고, 기자 밖에는 내 가슴을 뛰게 할 것이 없다고 하자니 거짓인거 서로 다 알고.
뭐라고 답변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자신도 설들시킬 수 없는 답변이었다. 거의 마지막까지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이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자기 계발 조언도 많이 한다는 켈리 최라는 분에게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가슴 뛰는 일이 없어요. 가슴뛰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켈리께서 말씀하시는 자기 계발에 대한 것들을 실천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없어요.
켈리께서 대답했다.
지금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감당하지 못하면 가슴뛰는 일을 할 기회는 오지 않아요. 인형에 단추를 달든, 건물 청소를 하든 하시는 일에서 먼저 최고가 되세요.
참 흔한 대답이다. 너무 흔하다. 너무 흔해서 식상할 정도다. 그런데, 흔해서 무시당하는 진리가 참 많다. 이 진리도 그 중 하나다.
가슴 뛰는 일만 찾다보면 평생 가슴 뛸 일을 하지 못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열정을 불러 일으켜야 가슴 뛸 일 할 기회가 생긴다. 아무리 열정이 있는 일이라고 해도, 그게 생업이 되면 열정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비단 예술쪽의 이야기 만이 아니다. 내가 어느 분야에 있든 깊이 들어가다보면 가슴은 더 이상 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지 일 그 자체가 아니다. 일 때문에 뛰기 시작한 가슴은 빨리 식지만, 내가 뛰게 하는 가슴은 평생 식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