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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Nov 27. 2023

우리에게 소통이 필요한 이유

소통이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규모가 큰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직장 뿐이 아니라 정치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매일 넘쳐난다. 평화로운 가정에 대한 명강사들의 연설에서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주제가 소통이다.  


그러니, 한 나라에서도 위 아래로, 양 옆으로의 소통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우리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소통이 서로 간의 다름을, 혹은 두 그룹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통은 서로 간의 다름을 해결하는 방안도 아니고, 두 그룹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아니다.


소통은 다름과 문제를 당장의 눈 앞에서 치워 버리는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오해가 있는 경우라면 소통을 해서 오해가 풀리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그런 경우의 소통은 해결 방식이 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다름과 문제의 근간에 있는 것은 오해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소통을 한다고 해서 다름과 문제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충분한 소통이 바탕이 되면 그 문제를 흘려보낼 수 있다. 


1898년 미국와 스페인은 전쟁을 하고 있었고, 괌은 스페인이 지배하고 있었다. 괌도 적지이니, 미국은 괌에 군함을 보내서 산타크루즈 요새에 13발의 대포를 쏘아서 선제 공격을 했다. 


그런데, 괌의 대표들은 자신들에게 대포를 쏘아댄 미국 군함을 향해 용감하게 노를 저어 배 한 척을 몰고 갔다. 그렇게 배를 몰고 미국 군함으로 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예포를 이렇게 후하게 쏘아주어 감사하다"


심지어, 답포를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며 양해도 구했다고 하니, 미국 병사들이 얼마나 어안이 벙벙했을까. 그리고, 스페인으로부터 미국과의 전쟁에 대해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던 괌의 대표들은 13발의 대포가 예포가 아니라 사실 폭격이었다는 설명을 미국 군함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13발의 대포가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은 듯 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지만, 그렇게 괌 대표들은 자발적으로 노를 저어간 미국 군함에서 포로가 되었고, 괌은 며칠 후 투항했으며, 지금은 미국 땅이다.


스페인과 미국이 전쟁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쩌면 괌은 미국 군함에 선제 공격을 하는 입장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입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소통의 힘이다


소통은 다름과 문제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서로간의 이해의 크기를 확장시킨다. 소통하기 전에 나도 10, 그도 10이라는 이해의 폭을 가지고 있었다면 소통 후에는 나도, 그도 20이라는 이해의 폭을 가질 수 있다. 


여전히 다르고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이젠 이해의 폭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 문제를 흘려보낼 수 있다. 


조직에서의 소통은 정보와 입장과 배경을 공유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게 된다. 그렇게 공동체 인식이 확장되면, "우리끼리"는 다름과 문제를 접어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렇게 다름과 문제는 덮어진다. 


70조가 넘는다는 내 몸의 세포를 "내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그 세포들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내 혈관이다. 내 피가 통하지 않는 곳은 내 살이 아니다. 


다름과 문제가 덮어지지 않고, 흘러가지 않으면 그 끝은 분열이다. 내 피가 돌지 않는 곳은 결국 썩어서 도려내야 한다. 


지금 우리 나라는 너무 심하게 갈라져 있다. 아주 작은 다름과 문제도 흘려보내지 못하고, 오히려 작은 다름과 문제도 부추겨서 큰 이슈를 만든다. 누가 이겨도,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나라에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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