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로 사는 자영업자, 자영업자로 사는 월급쟁이
"월급을 받는다"라는 표현은 일상적이다. 월급을 '주는' 주체가 회사이고 '받는' 주체가 나이니 월급이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들어가는지만 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표현에 함정이 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당연히 직원에게서 받는 것이 있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기에 월급을 주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 주는 것이 있으니 회사에서 받는 것이다. 속된 말로 회사가 땅 파서 돈 버는 것도 아닌데 그냥 우리에게 월급을 줄 리 없고, 우리가 하는 일 없이 받을 리가 없다.
그러니, 우리는 "월급 벌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월급 받았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월급쟁이 마인드와 자영업자 마인드가 갈린다.
농부는 보통 자영업자다. 편의점 사장님도 대부분 자영업자다. 위탁 영농이 아닌 이상 농부에게 "올해 벼농사로 얼마 버셨어요?" 라고 물어볼지는 몰라도, "올해 고추 농사로 얼마 받으셨어요?" 라고 묻지는 않는다. 편의점 사장님께 "지난 달 매출이 얼마예요?" 라고 물으면 "xxx원 벌었어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xxx 원 받았어요" 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없다.
자영업자는 돈을 벌었다고 하고, 월급쟁이는 돈을 받았다고 한다. 이 두 가지 마인드 사이에는 몇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그 차이는 왜 일하고, 왜 쉬는지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데에 있고, 그 마음의 절실함의 정도에 있다.
자영업자는 해야 하는 일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하는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이 해야 할 일이고다. 그렇기에 '일을 이룬다' 라는 것이 내 일과 내 쉼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월급쟁이는 일을 하는 시간에 한계를 둔다. 그렇기에 시키는 일만 하게 되고 '몇 시간 일했나' 라는 것이 내 일과 내 쉼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렇게 보면, 내가 자영업을 한다고 내가 자영업자 마인드를 가진 것이 아니고, 내가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해서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진 것이 아니다. 자영업자 마인드를 지닌 월급쟁이도 많고,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지 자영업자도 수두룩하다.
어느 게시물을 보니 이런 내용의 글이 있었다.
회사 부근에 새로이 파스타 집이 생겼는데, 젊은 사람 둘이 하는 것 같기에 도와줄 겸 몇 번 방문했다. 그런데, 월요일과 일요일에는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왜 월요일과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느냐고 했더니 워라벨이 필요하다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배가 불렀구나. 절실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는 가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M세대, Z 세대, 알파 세대는 위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 파스타 가게의 두 젊은 사장님은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진 월급쟁이다. 일하는 곳이 남의 사업장에서 내 사업장으로 바뀌었을 뿐, 그 분들의 마인드는 바뀌지 않았다.
자영업의 목적은 대부분 내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것이고, 그래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사업 초기에 절실하다. 워라밸을 입에 올릴 여지가 없어야 정상이다.
월급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자영업자 마인드를 가진 월급쟁이는 내 승진에 절실하거나, 내가 회사에서 가져가야 할 것을 빨리 익히기에 절실하거나, 내가 퇴사 후에 필요한 인연을 만들기에 절실하다. 워라밸을 입에 올릴 여지는 여기에도 없다.
그 절실함의 차이로 월급쟁이와 자영업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면, 그 두 사장님들은 '월급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월급을 받고' 있다.
그러니, 만일 독립을 꿈꾸는 직장인이 있다면 오늘부터는 "월급을 받는다" 라고 하지 말고 "월급을 번다" 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자영업자처럼 행동한다면, 월급쟁이로 살면서도 매일 독립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것이다.
지금 있는 곳이 비록 남의 사업장인 회사라고 하더라도 내가 자영업자 마인드로 일하고, 당당하게 "나는 월급 벌었어" 라고 말할 수 있어야, 그렇게 자영업자 마인드를 단련해야, 언젠가는 '내 직업'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돈을 버는 자리에 다다를 수 있다... 고 한다면, 지금 세상에서는 공감받기 어려운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