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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Dec 26. 2022

기러기 유학 기간에 정답이 있을까?

남느냐 나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캐나다에 살다보면 의외로 많은 수의 기러기 가정을 만나게 된다. 아내가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남편과 아이들을 캐나다로 보내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남편이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캐나다에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는 형식이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들에게서 두 달에 한 번 꼴로 전화 문의가 온다. 전화한 사람은 달라져도 그 내용은 비슷하다. 아내와 아이들을 유학 보냈는데, 아내가 일반적으로 이혼을 통보했고 아이들이라도 데려오고 싶은데 방법이 없느냐는 사연, 아내와 유학간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겠다고 해서 송금을 중단했더니 이혼과 재산 분할 요구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는 사연 등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말씀하신다 - 유학 보내지 말 걸 그랬어요. 


돌아오지 않겠다는 가족들의 입장도 분명 이해해 줘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아이들 영어 교육을 위해 홀로 남아 고군분투하면서 여러 해 동안 가족들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이제와서 날벼락을 맞은 기러기 아빠로서는 유학을 왜 보냈을까 후회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아내가 한국에 남아 기러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이런 문의가 전혀 없는 것을 보면, 남자가 한국에 남아 기러기 생활을 하는 경우가 이런 위험이 더 큰 듯 하다. 일반적으로 캐나다는 아이들과 여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어쨌든 기러기 생활을 감수한 남편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은 가정을 위해서 감수한 기러기 생활인데, 결국 돌아온 것이 가정 파탄이니까.  


그런 상담을 받고 조언을 하다보니, 주위에 누군가가 조언을 구하면 가능하면 기러기 유학은 보내지 말라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기러기 유학으로 성공하는 가정도 많으니, 주위에 성공적인 기러기 생활을 한 가정을 보면 대략 어떻게 하는 것이 기러기 유학의 정답일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우선은 유학의 목적을 정해야 한다. 보통은 아이들의 학업을 기준으로 목적을 두는데 예를 들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혹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등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생각지 않게 가정이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학업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한국에 남아 부양을 하는 기러기의 입장에서 목표를 정해야 한다. 


하나는 가족들을 다시 한국에 데리고 와서 합치는 것, 다른 하나는 나도 나중에 나가서 캐나다에서 합치는 것.


결국 '내가 한국에 남을 것인가, 나도 캐나다로 갈 것인가' 이 두 가지의 선택이다. 물론 중간에 계획이 바뀌는 경우도 없을 수는 없지만, 이 두 가지 중 어느 길을 갈 지 우선 정해야 거기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유학 후에 한국으로 아이들과 배우자를 데리고 오는 쪽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면 기간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1년 6개월이면 유학 간 아이들이 무리 없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고 가족을 다시 꾸리기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3년이 넘으면 유학간 아이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운 경우가 훨씬 많다. 2년이나 2년 6개월은 case에 따라 다르지만, 가족이 쪼개지는 리스크를 두지 않으려면 유학 기간을 1년 6개월 이상으로는 잡지 않는 것이 좋다. 충분한 기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한국과 캐나다를 1-2년씩 번갈아가면서 기러기 생활을 2-3번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은 아이들이 아직 한국에 있는 엄마나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캐나다에 머무르고자 하는 마음보다 클 때가 한계다. 3년이 넘어가면 아이들이 한국에 있는 엄마나 아빠를 그저 학비 대주는 아저씨/아줌마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게 되어 가족이라는 관계가 성립이 안 되고, 그러면 입시 지옥이라는 한국에 돌아갈 이유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캐나다에 와 있는 배우자의 마음도 문제다. 캐나다에 와 있는 아빠나 엄마의 입장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 아니겠는가. 남들은 부부가 나누어 하는 일을 혼자 하려니 처음에는 힘에 부친다. 언어도 잘 안 통한다. 당연히 도움을 받게 되는데 많은 경우 교회나 성당, 절 같은 종교기관을 통하면 큰 문제없이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간의 모임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경우, 이런 모임에서는 소위 말하는 바람이 나기도 해서 선의로 만들어진 모임이 오히려 가정 파탄의 주범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 영어 문법책에 늘 나오는 'out of sight, out of mind' 라는 말은 떨어져 있는 기러기 부부 사이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장기 기러기라면 한국에 남은 배우자가 최대한 자주 캐나다에 와야 한다.  


가족이 나중에 한국에서 합치는 것이 아니라, 추후에 기러기 생활을 하던 사람까지 캐나다에 와서 합류하는 계획이라면 기간이 길어도 좋다. 이런 경우라면 3년 이상을 목표로 하고 한 사람은 한국에서 자금을 모으고 다른 사람은 캐나다에서 직장을 구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기러기라기 보다 장기적으로는 이민 계획에 가깝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먹고 사는 문제만 없다면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에 지내던 사람이 너무 늦게 합류하면 이미 변해버린 가족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양식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있다.  


기러기 생활의 단기 목표는 아이들 영어일지 모르나, 최종 목표는 가족의 유지와 화힙이어야 한다. 이걸 잊는 순간 기러기 생활은 악몽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촛점을 맞추지 말고, 한국에 남은 기러기에게 촛점을 맞추어 계획을 짜는 것이 내 생각에는 그나마 제안할 수 있는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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