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광훈 Apr 18. 2024

퀴어에 대한 차별이 없는 듯, 있는 듯

동성 연애에 대한 한국과 캐나다의 시각 차이의 근원

캐나다는 동성 결혼이 허용이 되는 나라다. 단순히 제도로 결혼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 연애자라고 해서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을 로스쿨 내내, 거의 모든 수업 시간마다 관련 소송 사례를 통해 배웠다. 로스쿨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으니, 실생활에서는 이런 성적인 차이로 차별이 있는 경우는 보기 어렵고, 실수로라도 동성 연애하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 바로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하고 심하면 신고 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크게 열린다는 동성 연애자 축제도 바로 이 곳,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다. 


동성 결혼은 인정하는 이런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현재 토론토에서는 외국인 신분으로는 주거용 주택이나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집 값 상승의 요인 중 하나가 외국인의 투기로 보고 취해진 조치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 남편이나 아내 중 한 명이 캐나다 시민권자이거나 영주권자라면 배우자가 외국인이어도 함께 주거용 주택을 살 수 있다. 


고객 중 한 명은 여학생이었는데 유학생 신분이라 주거용 주택을 구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혼인 신고서를 가지고 와서 집을 살 수 있는지 묻는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결혼을 했나고 물으니, 시민권자인 친구가 결혼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혼 상대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내가 아는 한 그 여학생은 남자 애인이 있었으니, 동성애자는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고, 그러니 위장 결혼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여학생의 친구는 왜 혼인 신고를 해 주었을까. 캐나다는 한국처럼 혼인 신고 기록이 주루룩 나오는 곳도 아니고, 동성과 결혼했는지 이성과 결혼했는지를 따지는 곳도 아니고, 또 이혼이 워낙 흔한 곳이라 이혼한 것이 흠이 되는 곳도 아니니, 아마도 시민권이 있는 친구가 그 여학생이 집을 사고 싶어해서 그저 도와 준 것이고, 이들은 일년 후 쯤 이혼을 진행하기로 (토론토에서는 일년 이상 별거를 해야 이혼이 된다) 했을 것이라는 것이 내 짐작이다. 


부모님들이 아셨다면 난리가 났겠지만, 결혼이 새털처럼 가벼운 곳이니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 로스쿨 동기 중에서도 동성 연애 커플이 있었다. 로스쿨 3년 동안 커플로 발전한 것인데,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캐나다에서 키우면서, 꼰대인 나는 불안한 하나가 이것이었다 - 아이들이 재미로라도 동성 연애에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하나. 


특히 무심코 나오는 동성 연애에 대한 보수적 발언에 대해 아이들이 쌍심지를 켜고 눈치를 줄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차별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배우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내 아이들 생각을 하면 그렇게 객관적인 입장을 고수하기는 솔직히 어려웠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캐나다라고 해서 동성 연애가 모든 시선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로스쿨을 마치고,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에서 연수생 일을 시작하면서 1년간을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생활했다. 혼자 살아 본 적이 없으니 장보기가 서툰 것은 둘째치고, 혼자 장 보러 가기가 뻘쭘했다. 그래서 같은 연수생 동기 남자가 장을 보러 간다기에 잘 되었다, 싶어 얼른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이 놈 반응이 영 별로였다. 우물쭈물 하면서 시간이 안 맞지 안겠냐는 둥, 혼자 가는 것이 장보기가 편하지 않겠냐는 등 말이 많다가 결국 같이 가기로 했는데, 카트를 꼭 따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굳이 카트를 따로 쓰자는 걸까? 의아했지만, 남의 물건과 섞이는 걸 싫어하나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동성끼리 장을 보는데 카트를 같이 쓴다는 건 캐나다에서는 동성연애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 녀석은 내 기분 안 상하게 말을 돌려해 보려고 한 것이었는데, 내막을 알지 못했던 나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여자끼리 팔짱을 끼고 다닌다든지, 남자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다니는 것도 캐나다 식으로는 동성 연애로 오해받을 소지가 많다고 했다. 이 친구는 로스쿨 학비 마련을 위해 한국에서 1년 이상 영어 학원 강사를 하고 온 경험이 있었는데, 한국은 캐나다보다 보수적인 나라라고 배우고 갔으나 캐나다보다도 동성 연애자로 보이는 사람의 수가 많아 (여자끼리 팔짱을 끼는 등)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했다. 


알고 보면 본인들이 동성 연애자가 아닌데 동성 연애자로 보이는 것은 생각 외로 많이 꺼려한다. 남들이 동성 연애자이든 그렇지 않든 신경쓰지 않지만, 본인들은 혹시라도 동성연애자로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신경쓴다. 


그러니까, 동성 연애에 매우 관대한 캐나다이지만, 막상 들여다 보면 본인들이 동성 연애자가 아니라면 알게 모르게 관대하지 않은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단지 동성 연애를 하는 당사자들이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캐나다가 동성 연애에 관대한 이유는, 동성 연애 자체에 대한 시각의 차이도 있겠지만, 사생활로 인정되는 범위가 넓다는 것과 남이 무얼하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문화가 더 큰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동성연애자에 대한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남에 대한 무관심이 그런 문화를 발전시킨 더 큰 요인인지도 모른다.


만약 무관심이 동성 연애를 인정하는 첫 걸음이라면, 이웃간에는 서로 숟가락 수까지 알고 지냈다던 우리 한국인의 사고 방식으로는, 사생활이 중요하다는 요즘 세상에도 나의 핸드폰 번호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동차에 표시해 놓고 다니는 우리 한국인의 사고 방식으로는, 아마도 캐나다처럼 동성 연애를 쉽게 받아 들일 수는 없을 듯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