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쉽에 대한 단상
식물을 분류해 봐! 라고 요구받았을 때,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 이라고 하거나 일년생과 다년생! 아니면 나무와 풀! 정도로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리처럼 월년생으로 구분되는 다소 생소한 분류도 있기는 하지만, 초등학생때 우리는 일년생 식물은 풀이라고, 다년생 식물은 나무라고 배운다.
한국인에게 영혼의 음식이라고 불리는 김치를 만드는 데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고추다. 이 고추는 대부분 노지, 그러니까 비닐하우스가 아닌 곳에서 재배되는데, 봄에 심어 여름에 자라 가을에 수확하면 겨울에 죽는다. 고추는 일반적으로 일년생 식물, 풀이다. 하지만, 고추는 비닐하우스에서 겨울 추위를 피하게 해 주면 다년생 식물이 된다.
그러니까, 고추는 내버려 두면 풀이지만, 관리해 주면 나무가 된다.
한국에서 보았던 가장 큰 고추 나무는 내 허리를 넘어서는 22년생이었다. 한 농부께서 정성으로 키운 고추였는데, 사실 키도 애매하고 고추를 수확하기도 어려워서, 신기하기는해도 그다시 실용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데, 요즘은 더 빠른 시간안에, 그보다 훨씬 더 크게 자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추가 몇 년만에 정말 사람 키보다 더 큰 나무가 된다. 수확성 면에서도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1년 키우고 버리지 않고, 10년 키워보고 20년 키워보고 실용성이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으니, 고추 풀이 정말 쓸모있는 고추 나무가 되었다.
나무가 될 수 있는 것을 풀로 죽게 하지 않고 나무가 될 수 있게 해 주는 것 - 그게 좋은 리더쉽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