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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은 어제였다.

완벽은 갖추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by 신광훈

5년째 창업 상담을 하는 고객이 있다. 5년 전 첫 미팅에서 그는 다급했다. 회사 설립, 프랜차이즈 계약서, 마케팅 조언까지 "며칠이면 가능하냐"고 재촉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다. 5년째 '계획'만 세우고 있고 이유는 늘 같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새로운 트렌드, 트렌드에 맞는 제품, 제품에 맞는 마케팅 활동... 하나가 바뀌면 다른 것들이 계속 바뀌고, 그렇게 모든 것들의 틀이 갖추어진 후에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시는데, 하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틀을 완성할 때 쯤이면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니, 시작할 방법이 없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이 분은 정말 사업할 생각이 있기는 하신걸까?


5년이나 제자리에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사실 창업자 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완벽'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시작의 두려움을 외면하곤 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려고 한다는 말처럼 달콤하고 위험한 변명은 없다. 하지만 반드시 깨달아야 할 핵심이 있다.


완벽은 '갖추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완벽한 준비가 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물에 대한 이론을 모두 통달한 후에야 수영장에 들어 가서 수영을 배우겠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 않다 - 수영을 하려면, 일단 물에 들어가야 한다.


유튜브 채널 개설을 2년간 고민한 내 지인인 한인 변호사가 있다. 나는 유튜브에 쏟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꾸준히 공부하면서 더 좋은 장비, 더 나은 대본, 더 현란한 편집 기술을 갖추어 나갔고, 준비가 되면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를 자신이 인기 변호사가 되는 도구로 충분하게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완벽한 '조건'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한 편의 유튜브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그 변호사의 밑에 있던 associate 변호사는 달랐다. 그는 초보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이 배운 것을 마치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인 양 대본을 작성하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영상을 거칠게 담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는 '실행'했다. 변호사로서의 전문성도, 크리에이터로서의 기술도 부족했지만, 그는 시청자의 댓글을 통해 시장이 원하는 것을 배웠고 꾸준히 매주 영상을 만들며 편집 실력을 키웠다.


그렇게 그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완벽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5만 구독자를 가진 채널의 주인이 되었고, 경험은 적었으나 그렇게 확보한 고객층을 바탕으로 개인 사무실을 내고 독립했다. 내 지인은 완벽을 갖추려다 시작도 하지 못했지만, 그가 고용한 신참 변호사는 불완전하게 시작하여 완벽을 만들어갔고, 지금도 완벽해 지는 중이다.


어쩌면 '완벽한 때'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을 기다리는 것은 지금 잡을 수 있는 눈 앞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내가 속한 멘토링 그룹에서 멘티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 물었다.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건가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이미 시작했어야 합니다."


우리가 처음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순간, 마음이 설레던 바로 그때가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그 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쉽게도 완벽한 그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만 두 번째로 좋은 때가 있으니 그건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이다.


머리로 생각만 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그 것만이 상상하던 완벽에 가까워지는 유일한 길이다. 시작하지 않으면 부족한 점조차 알 수 없으니, 시작해야 비로소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고, 채워나갈 수 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완벽한 날은 어제였고 그 날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만 두 번째로 좋은 날, 바로 오늘을 아직 가졌으니, 완벽을 만들 시작점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오늘, 지금, 시작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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