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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Jan 24. 2023

기회가 안 보여요!

왜 기회는 남에게만 보일까?

골프 초보인 나는 한 번 골프장에 가면 10개 이상의 골프공을 잃어버리고 온다. 내 공이 빠져들어갔다고 생각한 풀숲을 암만 뒤져 보아도 보통 내 공은 없다. 가끔 엉뚱하게 남의 공이 두어 개씩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 번 옆으로 샌 공은 내 실력으로는 찾을 수 없다. 괜히 풀숲만 뒤지다가 모기에게 헌혈만 하고 나오기 일쑤다.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아내와 둘이서만 골프를 친다. 둘 다 초보이다 보니, 둘의 공이 같은 길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좌 하면 아내는 우 하고, 아내가 우 하면 내가 좌 한다. 그래서 말로는 함께 골프를 친다고 하지만 티 샷과 퍼팅만 같이 하고 중간에는 잔디 위를 따로 갈라져서 다니게 된다 (캐나다는 잔디 위를 걸어가도 되고, 카트도 잔디 위로 끌고 다녀도 된다). 


그런데, 내가 공을 잃어 버린 곳에서 헤매고 있을 때면 가끔 내가 친 공이 어디에 있는지 아내가 보고 알려주기도 한다. 함께 있지 않으니 손가락으로 "저-기에 있다"고 고 알려준다. 그래도 안 보인다. 


어디라고? 저기, 저----기! 


하지만, 아무리 집중해서 보아도 내게는 그 공이 보이지 않는다. 골프 실력도 비슷한데, 왜 멀리 서 있는 아내에게도 보이는 공이 가까이 있는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일가? 


그건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보이는 공이 내가 선 곳에서 보이지 않으면 일단 아내가 서 있는 곳, 아니면 적어도 아내가 서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래야 나에게도 공이 보인다. 일단 육안으로 공을 확인하고 나면 그 다음은 쉽다. 가서 주우면 된다. 공을 보지도 못한 채로, 그저 아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이 저기 쯤이려니 하고 무턱대고 숲으로 돌진해서는 공을 찾기 어렵다. 헌혈만 하고 나온다.

  

여기 저기서 이런 저런 기회들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남이 가리키는 곳을 아무리 집중해서 노려 보아도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풀숲으로 들어가서 모기에게 뜯기고 나올 것만 같다. 그리고 궁금해 한다. 왜 저 사람들은 저기에 기회가 있다고 할까?


남이 말하는 기회는 헛소리인 경우도 많지만, 내가 선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기회는 내 자리를 떠나 다른 자리로 가야 보이는 기회다. 


내 나리에 꼿꼿하게 서서,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남들에게는 보이는 기회를 볼 수 없다.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서 있는 위치의 문제다.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같은 자리에 3번이나 기회가 찾아와 주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기회는 찾아 보아야 보이고, 제대로 된 기회라면 새로운 곳에서 보야야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내가 가만히 서 있는 이 자리에서도 기회로 보이고, 또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실 기회가 아니라 사기인 경우가 더 많을 거다. 마치 노인정 어르신들께서 앞 다투어 구입하신다는 만병통치약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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