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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Feb 02. 2023

내 앞길에 기름을 부을 것인가 재를 뿌릴 것인가

내부의 힘, 외부의 힘

내 앞에 길이 펼쳐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나는 의자에 앉아 있고, 내 뒤에는 나를 이 길 위로 힘껏 밀어줄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 길에 기름을 부어야 할까, 아니면 재를 뿌려야 할까?


당연히 기름을 뿌려야 한다. 기름을 뿌려야 마찰이 줄고, 마찰이 줄어야 같은 힘으로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밀어 주는 사람이 더 센 힘으로 밀어 준다면 훨씬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우리가 그 길을 달려간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나는 이 길에 기름을 부어야 할까, 아니면 재를 뿌려야 할까?


이제는 재를 뿌려야 한다. 기름을 부은 미끄러운 길에서는 오히려 앞으로 달려나가기 어렵다. 누구나 딱 마찰력 만큼만 힘을 낼 수 있으니, 힘이 센 사람이나 힘이 약한 사람이나 나아가는 속도에 차이도 없다. 마찰력보다 큰 힘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굳이 힘을 쏟아부을 이유도 없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남이 밀어주는 의자에 타고 있는 것과 내가 달리는 것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남이 밀어줄 때에는 힘이 외부에서 주어지고, 달릴 때에는 힘이 내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밀어 줄 때에는, 빽이 있을 때에는, 뒷 배가 있을 때에는, 연줄이 빵빵할 때에는 아무 장애도 없고 거칠 것도 없는 기름 부은 길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신문 기사를 보면, TV 뉴스를 보면, 생이 다할 때까지 누군가가 (그게 사람이든 돈이든)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게 바로 흔히 말하는 금수저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없다 - 다시 말해 우리는 금수저가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앞길에 스스로 재를 뿌려야 하고, 이미 재가 뿌려진 길을 선호해야 한다. 기름이 부어져 있는 길은 오히려 달리기 어렵다. 재가 뿌려진 길을 달리면서 다리 근육을 살찌워야 한다. 외부에서 밀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 허벅지의 힘을 키워야 한다. 


번거롭다. 하지만, 이것이 축복이다. 힘이 내부에서 나올 때, 그 힘은 단련할 수 있고, 키울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키울 수 있는 힘은 나를 방해하는 마찰력에 비례한다. 


나를 잡아 당기는 마찰이 많은 곳, 마찰력이 큰 곳이 내부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답은 나와 있지 않은가. 내 앞길에 재를 뿌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저항이 큰 곳을 피하고 싶어한다. 금수저가 아닌데도 기름부어진 길을 동경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재가 뿌려진 길을 택하는 것도 어렵지만, 내 앞길에 스스로 재를 뿌리는 일은 더 어렵다. 재를 뿌릴수록 지금은 앞으로 나가기 힘들고, 빨리 가기도 어렵기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 재를 뿌리면 내 허벅지에 근육이 붙는다. 그건 오롯이 나의 것이다. 남이 밀어주지 않아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내 힘이다. 


그러니, 누가 밀어 주어서 빨리 가고 멀리 가는 것을 동경하지 말자. 그렇게 해 봐야, 그건 나의 힘이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의 힘을 키우면 그건 나중에 기름 부은 길을 만나도 나의 썰매와 스틱이 되어, 재를 뿌린 길이든 기름 부은 길이든, 어디서든 힘차게 나아갈 근간이 되어 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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