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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Feb 14. 2023

그건 노력이 아니었다

나를 혹사시키지 않는 법

일론머스크는 한 때 하루 22시간씩 일했다고 한다.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죽을 것 같았다고.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는 이제 지구적 명사 중 한 명이 되었다. 노력이 보상받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예전에 다니던 로펌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던 변호사는 고객에게 청구하는 시간만 1년에 4,000시간이 넘었다. 주중은 물론이주 주말에도 쉬지 않는 날이 많았다 (물론 연애할 시간도 없으니 미혼이었다). 대혐 로펌 변호사치고 일 열심히 하지 않는 변호사 없지만, 보통으로 일하는 변호사의 2배가 되는 업무량이었다. 


일하는 시간 (그러니까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의 양) 으로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었지만,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하지는 못했다. 후배 변호사들이 파트너가 되는 것을 지켜보고, 파트너가 된 후배들에게 지시를 받아야 했다. 아쉽지만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다. 


가끔 우리는, 노력하는 것과 나를 혹사시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애 쓰는 것이 노력이다. 그러니 이걸 충족시킬 세 가지 요소가 다 있어야 노력이 된다. 목적이 바르게 세워지지 않거나, 마음을 쓰지 않으면, 몸을 쓴다고 해도 그건 노력이 아니라 몸을 혹사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게 되는 경우다 종종 있다.


목적은 바라는 대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의 근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든, 막연한 미신을 바탕으로 한 것이든, 잘 몰라서 생긴 오해든, 믿음을 근간으로 하는 욕망이 목적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 내 행동이 노력이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의심이다. 자신에 대한 의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심... 이런 의심을 가지고 하는 노력은 혹사가 되지 십상이다. 옆에 응원하는 사람이 있어서 좋은 점은 나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게 해 준다는 것이다. 나를 혹은 내가 걷는 길을 믿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다음에는 목적을 향한 진실한 마음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지는 않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는 진실한 마음이 담기기 어렵다. 이루고자 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는 돈이나, 물건이나, 허영심이나, 지위나, 타인의 호의에 무게를 둔 마음은, 아무리 진지해도 진실하지 않다. 그러니, 내 마음을 둘 곳이 어디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남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길 밖을 가끔 보아야 한다.


믿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목적을 바라보는 진실한 내 마음에, 내 몸, 그러니까 행동이 따를 때 이것을 노력이라고 한다. 앞선 두 과정이 없이 바로 몸을 쓰다보면, 노력이 아니라 혹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양적 투자를 지양하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양적 투자는 항상 중요하다.


우리가 시간의 양적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양이 임계치에 다다르지 못하면 질적 변화에 다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노력을 하든 나를 혹사시키든 얻는 것은 똑같이 "가능성"이지 "결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혹사대신 노력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그 가능성의 크기가 스스로를 혹사시킬 때 보다 노력할 때 훨씬, 훠-얼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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