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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Aug 29. 2023

정처없는 건 새가 아니었다

마음이 나그네라면, 지금은 쉬어 갈 때다

송창식씨의 "새는"이라는 아주 오래된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새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


송창식씨 뿐이 아니다. 무리지어 날아가는 철새 떼들을 보면서 많은 작가들이 '정처없이 날아가는 새'라고 표현한 글을 나는 어려서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일까. 떼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은 보면 웬지 갈 곳 모르고 떠도는 나그네가 연상되었더랬다. 


하지만, 이제는 새들이 정처없이 날아가는 것이 아닌 것을 우리는 안다. 


새들은 수천년, 수만년에 걸쳐 학습했거나, 혹은 이미 그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아주 정교하게 계획된 비행 경로를 가지고 있고, 그 길의 끝에 있는 목적지도 알고 있다. 그 여정이 힘들어 바다에 빠져 죽고 천적에게 사냥당하는 경우도 많으니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여정임에는 분명하지만, 적어도 정처없이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갈 곳이 확실한 새 떼를 보면서도 정처없는 나그네가 떠오른다면, 어쩌면 정처없는 것은 새 떼를 바라보는 내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내 마음이 나그네 같을 때에는, 잠깐 멈추는 것도 방법이다. 구름 속에서 방향을 알 수 없을 때에 그저 빠르게 달리다 보면 구름 밖을 나왔을 때 엉뚱한 곳에 도달하고 후회할 확률이 더 높다. 매일 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아래로 내려가도 좋으니, 구름 밖으로 나가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아래로 내려간다고 불안해 할 것 없다.


방향을 잡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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