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에 대한 단상
요즘은 드라마를 보아도 그렇고 주위에서 말하는 것을 들어 보아도 그렇고, 헤어질 때 "조심히 가세요" 라고 말한다.
나는 이게 영 어색하다. 항상 "조심해서 가세요" 라고 했지, "조심히 가세요" 라고 하지는 않았다. 주위에 물어보니 적어도 예전에는 '조심해서'라는 표현이 주류였던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국문과 출신에게 물어보니 '조심히'가 틀린 표현은 아니란다. 그래도 이상하고 적응이 안된다. 단지 그 동안 내가 의식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몇 년 전까지도 한 번도 "조심히 가세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뿐이 아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배워가면서 좇아가지 않으면 신조어를 따라가기 어렵다.
예전에는 “개”자가 들어가면 좀 질이 낮다는 의미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개ㅅㄲ 는 너무 흔하게 쓰는 욕설 중 하나다. 값어치 없는 것을 말할 때는 속담에도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하지 소똥이나 말똥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질 낮은 수작질을 보면 개수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 “개”자를 강조를 위한 접두어로 쓰는 추세다. 매우 재미있으면 꿀잼, 더 재미 있으면 개꿀잼이다. 길에서 돈을 주우면 개이득이다.
“새끼”라는 말은 보통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말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사극에도 나오지 않는가 - '이놈이 범 새끼로구나' 라고 말하면, 그 '새끼'는 아주 크게 될 놈이라는, 매우 큰 잠재력을 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보잘 것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개ㅅㄲ 는 매우 (개) 잠재력이 큰 녀석(ㅅㄲ) 이라는 뜻이 된다. 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언젠가는 남의 집 아들을 보면서 “어이구, 그 놈 장군감이네” 라고 하지 않고, “아이구, 그 놈 참 개ㅅㄲ 네” 라고 말할 날이 오는 것은 아닐지.
다시 국어 순화 운동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가 꼰대가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