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광훈 Feb 13. 2023

비상의 조건

포토에세이

날고 싶다. 날고 싶다. 


하지만 저절로 그냥 훅 날아오를 수는 없다. 우스꽝스러운 발차기를 여러 번 하고, 의미 없어보이는 날개짓을 여러 번 해야 비로소 몸을 조금 띄울 수 있다. 


옆에 서 있는 왜가리가 한심하게 쳐다본다. 대체 이게 웬 추태람. 옆에 서 있는 왜가리가 불쾌해 하면서 말한다. 야, 물 다 튀잖아.



안다. 나도 내가 우스꽝스러워 보일 걸 안다. 남들이 불쾌해 할 것도 안다. 하지만, 내 꿈은 자맥질이 아니다. 내 꿈은 물 위에 동동 떠 다니는 갈퀴질도 아니다. 나는 날고 싶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내 발차기와 의미없어 보이는 내 날개짓 저 너머에는 내가 꿈꾸는 비상이 있다. 지금은 내가 멍청해 보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다. 지금 이 발차기와 날개짓이 없으면 비상도 없다는 걸 아니까. 옆 왜가리에게 추태를 보이기 싫어서, 옆 왜가리에게 물을 튀기기 미안해서, 다소곳이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이 우스꽝스러운 발차기와 의미 없어 보이는 날개짓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이 물가 끝에서 나는 날아 오르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인들이 동업에 실패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